영화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묻는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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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9-12-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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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은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고 궁극적으로 영화를 보는 우리는 누구인지 생각하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김곡 지음/갈무리

감독은 수많은 스태프중 일부
천재라도 혼자서 만들순 없어

보통 삶 살아내는 군중이 있어
영화의 대상은 영원하게 존재

영화는 빛나는가-몇 ㎏인가 등
난해한 질문속 ‘본질’ 찾기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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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곡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은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면서도, 제목이 묻는 질문에 대한 답만큼은 쉽게 찾아지는 책이 아니다. 난해하다거나 함량 미달이어서가 아니다. 추천사를 쓴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지적처럼 보통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사유”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영화와 ‘더불어’ 사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5가지 질문도 우리 생각과는 좀처럼 다르다. 이를테면 ‘영화는 빛나는가?’ ‘영화는 땅인가, 바다인가, 하늘인가?’ ‘영화는 몇 ㎏인가?’ ‘영화는 몇 그릇인가?’ 등 도통 모를 것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하지만 김곡 감독이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서문의 마지막 대목이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저 추상적인 질문이 책의 행간에서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그 방식을 규정하는 우리의 말과 생각은 무엇인가로, 결국 ‘영화를 보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긴급하고도 육체적인 질문으로 역전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1장 ‘영화는 빛나는가?’에서 영화 고유의 본성을 “분위기”라고 규정한다. “영화는 눈만으로 보는 게 아니다. 눈 뒤엔 시신경이, 그의 떨림이, 또 그 진폭만큼 스며드는 분위기가 있다.” 이것은 단지 눈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차원이 아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의 분위기는 “연장 가능성(extensibility) 자체의 느낌”이다. 이 연장성은 “바깥을 찾아내는 능력”인데, “공간뿐 아니라 시간의 바깥”마저 찾아내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다. 텍스트가 있고 콘텍스트가 있듯, 영화는 바깥을 상상하며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는다. 장르의 연장만을 놓고 보면 영화가 사진을 과거 쪽으로 연장한다면, 문학은 미래 쪽으로 연장한다. 저자는 ‘연장, 연장성’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데,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없지 않지만) 도구가 손 혹은 팔의 연장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저자는 자신의 본업인 ‘영화감독’의 실재에 대해 묻기도 한다. 6장 ‘영화감독은 실재하는가’에서 그는 영화감독이 “어떤 의미에서는 실존하지도 않았었다”고 주장한다. 감독 이름으로 존재하기보다 연출한 작품들의 뒤에 묶음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작품들의 묶음에 붙은 감독 이름은 하나의 생물이 아니라 생물들의 묶음에 매핑되기 때문이다. 생물은 작품이지 감독이 아니다.” 더더욱 영화가 감독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감독은 실존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감독으로서 고유한 철학과 사상, 미학은 인정하더라도 “영화감독이 작품과 가지는 고유한 위상은 언제나 다수로서만 존재하는 스태프(인간·기계 모두 포함해서) 중 그 자신도 일부라는 사실” 역시 인정해야만 한다. 제아무리 천재 감독이라도 영화는 혼자서 만들 수 없다. 김곡 감독은 영화에 있어 ‘군중’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영화는 몇 ㎏인가?’를 묻는 11장에서 “군중이 존재함만으로도 영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천명한다. “세계는 육체와 동일한 재료로 이뤄져 있다”는 메를로 퐁티의 말을 빌려온 저자는 “영화가 군중과 동일한 재료로 이뤄져 있기에, 천근만근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군중을 빼놓고 영화를 사유하고 말하는 모든 평론과 이론”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슬쩍 숟가락을 하나 얹자면, 의식의 흐름에 따라 ‘별점’을 주는 것도 오류 중의 오류인 셈이다.

마지막 질문은 ‘영화는 영원한가?’다. 결론부터 말하자. 영원하다. “현실은 은유하는 시간의 예술”이라서가 아니라 영화의 무게를 무겁게 해주는 군중이 있기에 그렇다. 그 군중은 고차원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리밥에 된장을 비벼 먹을 때처럼, 세탁소에서 옷을 찾고, 양말과 속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에서 절을 두 번 반 할 때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냄으로써 군중은 영원하다. “영화의 대상은 영원히 영원하다. 영화가 자신의 몸무게를 빌려오는 군중이 영원한 대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간다. 서문에서 저자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결국 ‘영화를 보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기를 바랐다. 물론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에는 그 대답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질문을 ‘영화를 보는, 우리는 누구인가’로 끊어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영화는 결국 우리 존재 자체를 묻는, 퇴색했지만 윤기 있고, 낡았지만 생명력 있는 매체이자 창구인 셈이다. 328쪽, 1만8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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