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리뷰>조여정 vs 오나라 ‘소름돋는 연기’… 스릴러 치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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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후속작 ‘99억의 여자’
다섯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
시청률 8.7%… 순조로운 출발

동백꽃이 지고, 장미가 폈다. 그런데, 아주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치명적인 장미다. 배우 조여정, 오나라, 김강우, 이지훈, 정웅인 등의 격정적인 연기가 돋보인 KBS 2TV 수목극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사진)의 첫인상이다.

4일 첫선을 보인 ‘99억의 여자’는 스릴러 요소를 갖춘 치정극이었다. 폭력성을 띤 남편 인표(정웅인)와 사는 서연(조여정)은 재벌가 외동딸인 희주(오나라)와 동창 관계다. 하지만 서연은 희주의 남편인 재훈(이지훈)과 외도한다. 어느 날 가난, 폭력, 열등감으로 몸서리치는 서연은 사고 차량에서 유실된 99억 원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로 숨진 동생을 둘러싼 진실을 캐려는 전직 형사 태우(김강우)가 가세하면서 다섯 남녀의 얽히고설킨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한다.

개요와 인물 관계도만 따졌을 때 ‘99억의 여자’의 설정은 다소 진부하고 ‘막장’ 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물샐 틈 없는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힘으로 극복되는 모양새다.

특히 영화 ‘기생충’으로 생애 첫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조여정의 내공은 단단했다. 남편에게 매 맞고, 친구에게 무시당하던 유약한 여성이 어마어마한 현금 앞에서 ‘눈이 도는’ 연기는 일품이었다. 빈부 격차 및 계층 갈등 코드가 담겼다는 측면에서 “‘기생충’ 속 조여정이 반대 상황에 놓인 것 같다”는 시청자의 댓글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맞서는 희주 역의 오나라 역시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우리가 친해 보여요? 너 내가 부럽고 얄밉지? 부잣집 외동딸에 잘생긴 남편에 토끼 같은 딸래미. 그거 전부 너한테 없는 거잖아. 겉으로 무심한 척하는 거 얼마나 소름 끼치는 줄 알아?”라고 도발하는 희주를 향해 “그래서 친구 놀이 하는 거야? 내가 너 부러워하는 모습, 네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서연이 대거리하는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서슬 퍼런 연기에 소름이 돋는다.

두 여자 사이를 오가는 이지훈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벗고 적당히 거들먹거리면서도 처세에 능한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악역의 달인’이라 불리는 정웅인 역시 아내를 향해 존댓말을 쓰면서도 폭력성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행태를 일삼는 남편 역을 맡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반면 시청자를 위로하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던 ‘동백꽃 필 무렵’을 기대하고 ‘99억의 여자’를 선택한 시청자라면 강한 극성에 거부감을 느낄 법하다. 남자주인공이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아내에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가하는 남편의 모습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처음 받아본 성적표는 우수하다. 전국 시청률 8.7%(닐슨코리아 기준). 동 시간대 1위이자, 전작인 ‘동백꽃 필 무렵’의 1회 시청률(6.3%)보다 높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