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소신-웬디 커틀러 >“커리어 우먼 성공하려면… 얼굴 더 두꺼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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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한국女협상가’ 양성

2006년 韓·美 FTA 협상 당시
여성인 내가 美대표인 점 화제
韓여성들, 나를 롤모델로 여겨

모두가 자신 좋아하기 원하면
그 사람은 협상가에 맞지 않다

“낯 두꺼움을 키워라(You need to develop a thick skin).”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커리어 우먼들이 성공하려면 상대의 공격을 개인적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이같이 조언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2015년 은퇴한 뒤 ASPI에서 본인의 장점인 ‘무역협상’ 스킬(기술)과 ‘여성’ 문제를 결합한 ‘차세대 한국 여성 협상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Building Trade Ties with Korea’s Next Generation of Female Negotiators)’ 프로그램을 지난 10월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베스트 모델’에 꼽히기도 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이 프로그램이 젊은 여성들이 어려운 시기를 항해할(navigate) 수 있는 네트워크 일부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한국 여성을 상대로 한 동기부여(empowerment)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6년 한·미 FTA 협상을 할 당시 나는 미국 협상팀을 이끌고 있었다. 각 팀 협상 팀원이 60~80명 정도였는데, 한국 측은 여성이 단 2명이었다. 한 명이 현재 통상교섭본부장인 유명희 장관으로 경쟁 정책 담당자였고, 다른 한 명은 통신 쪽 담당이었다. 그런데 이 협상이 한국에서 매우 중요해서 언론 관심도 집중됐는데, 미국 측 협상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더라.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이런 협상을 이끄는 나를 ‘롤모델’로 삼기를 원했다. 한 번은 인천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내 옆의 한국 남성이 ‘내 딸의 롤모델이라면서 사인해줄 수 있냐’고 하더라. 또 많은 여성이 이메일로, 편지로 ‘존경한다’고 말해줬다. 이들로부터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줄 수 있나.

“지난 10월 처음으로 만25~39세의 한국 여성을 미국에 초청해 무역 협상을 어떻게 하는지 몇 주간 집중 훈련하게 했다. 효과적인 협상 방법뿐 아니라 민간이나 의회와는 어떻게 협력하는지, 언론과는 어떻게 협력할지 등을 학습하는 것이다. 전·현직 관료들을 초청해서 직접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고, 금융과 미디어,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과 만나 ‘삶과 일의 균형’이나 리더십 기술 등에 대한 경험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들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에 데려갔다. 50여 명이 신청했는데, 직접 지원서를 보고 7명만 뽑았다. 이들은 프로그램 뒤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하더라. 일부는 상당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고, 또 한 명은 직장에서 번아웃(소진)된 상태였는데, 프로그램 덕분에 재충전(recharge)됐다고 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확대·적용해보고 싶다.”

―2006년 한·미 FTA 협상대표로 방한한 이후 13년이 흘렀는데, 한국 사회가 변했다고 느끼나.

“최근 변화가 놀랍다. 여성 외교부 장관과 여성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왔다. 또 법무부 장관에도 여성이 지명됐다고 들었다. 놀랍고 인상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많은 여성이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네트워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멘토를 원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 여성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여성이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한 핵심적 스킬은 무엇일까.

“리더는 결단력이 있고(decisive), 포용적이며(inclusive), 리더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언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알면서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좀 더 포용적 경향이 있고, 좀 더 ‘굿 리스너(good listener)’다. 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결단력이 다소 부족하며, 어떤 결정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에 더 고통스러워한다. 내가 무역협상가로서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만일 모두가 본인을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협상가는 당신에게 맞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다른 정부부처나 의회, 또 협상장의 카운터파트까지 모두가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성들이 이를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공격은 개인을 공격하는 게 아니며, 당신을 향한 게 아니다. 영어에 ‘낯 두꺼움을 키워라’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게 내가 젊은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다.”

△1953년 출생 △조지워싱턴대 졸업 △조지타운대 통상서비스 석사 △미국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무역대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 △USTR 부대표 대행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