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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09일(月)
몸안에 투입시켜 癌진단… 암세포로 다가가 약물·열 방출해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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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하안송 기자
■ 국내 연구진 ‘나노 의료로봇’ 세계 첫 개발

머리카락 굵기 1000분의 1
정밀하게 암세포로 유도돼

기존 로봇들 기능은 단편적
多기능성 나노 로봇은 최초

‘페길화’ 기능까지 갖추면서
체내 항암약효 크게 향상돼
CT·MRI 등으로 쉽게 영상화


몸 안에서 암 발견과 치료까지 한꺼번에 임무 수행 가능한 ‘나노(nano) 의료로봇’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최은표 교수 연구팀은 고형암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1000만 분의 1m 크기의 다(多)기능성 의료용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은 최근 조직 채취와 진단까지 하면서 기존의 불편한 유선 내시경을 대체할 능동형 캡슐 내시경을 선보인 데 이어, 인체 투입 의료용 나노로봇도 개발해 정밀 의학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노로봇 복합 기능은 세포·동물 실험으로 거쳐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Nano Letters)’ 11월 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지름 10~20nm(1nm=10억 분의 1m)의 나노 자석 입자를 뭉쳐 머리카락 굵기 1000분의 1에 불과한 100nm 크기의 나노로봇을 제작, 외부자기장으로 정밀하게 로봇을 암세포로 유도할 수 있게 했다. 또 암세포에 반응하는 표적 물질인 엽산(folic acid)을 연결해 암 진단 기능도 넣었다.

이와 함께 나노로봇에 금 나노입자와 ‘폴리 도파민’을 코팅함으로써 외부에서 근적외선을 쪼였을 때 열이 나도록 해서 선택적 약물 방출과 동시에 열 방출을 통한 화학·열 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나노로봇을 조정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 원하는 시간에 약물과 열 치료를 받도록 만든 셈이다.

기존의 고형암 약물 치료법은 원하는 부위에 도달하지 못해 낮은 치료효능, 약물저항성(multi-drug resistance), 약물의 과(過)투여로 인한 비선택적 독성 및 심각한 부작용 등 치료와 시술에서 한계가 있다.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나노입자 기반 약물 전달 시스템(DDS)도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보다 전달효율은 크게 개선됐으나 생체 내 안정성, 표적화 및 방출 특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전달 성능이 나노입자 특성과 생체 내 환경, 표적 부위 조직에 의존하고 정밀도와 민감도가 떨어진다. 단순한 투과 상승 및 저류 효과(EPR)에 의존한 나노입자의 수동적 전달방법은 암 조직 내 혈관 형성의 부족과 불균일성, 내부 압력 등으로 인해 조직 내부 암세포까지 침투가 어려워 임상에서는 약물을 그대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암의 경우 발생 부위에 따라 표적화 효율에 큰 차이가 있고 대부분 조직학적, 유전자적, 분자 생물적으로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을 보여 수동적 메커니즘에 의한 나노입자 표적화 전달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 조향까지 가능한 나노로봇들이 선보이고 있으나 단편적 기능만 제시했을 뿐, 고형암 치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여러 핵심 기능을 한꺼번에 가진 다기능성 나노로봇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다른 생체 분자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하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EG) 분자를 나노로봇에 붙여 ‘페길화’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체내 항암 약효를 높였다. 그리고 나노로봇 내부의 금 나노입자와 나노 자석 입자는 로봇이 환자 몸에 투여된 후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영상장비로 쉽게 영상화할 수 있어 시각적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기술은 지금까지의 약물 치료법과 나노입자 기반 약물 전달 시스템 등과 같은 단편적 요소기술을 넘어, 고형암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나노로봇의 모델과 구체적 실용화 방안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발 책임을 맡은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과 전남대 최은표 교수는 “아직 원천기술 단계에 있지만 본 연구는 생체 내 환경에 의존적인 수동형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암 치료 및 기타 약물전달 응용 분야에서 기술 도약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은 “이제까지의 단편적인 연구나 개별 해법을 넘어 의료용 나노로봇에 대한 종합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페길화(PEGylation) : 고분자 물질을 재조합한 단백질 신약에 폴리에틸렌 글리콜(PEG) 유도체를 접합해 약효가 오래 가도록 만든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 설계 기술. 단백질 약은 직접 삼키면(경구 투여) 소화기관에서 분해돼 일찍 사라지고, 주사로 넣어도 혈액을 걸러주는 신장의 사구체(絲球體) 여과로 인해 소변으로 배출돼 버린다. 또 몸속 항체가 약을 면역원으로 간주하고 공격해 소멸하기 쉽다. 페길화 처리를 하면 분자량이 큰 고분자 PEG가 신장에서 덜 걸러지고 단백질 약을 포장재처럼 감싸 소화효소나 항체의 공격을 막아준다.

투과 상승 및 저류(貯留) 효과(EPR·enhanced permeability and retention) : 나노 크기의 약물이 고형암 주변의 혈관을 통해 투과(침투)하거나 주변에 고여 머무는 특이적 효과.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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