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프리즘>‘크림반도’ 둘러싼 러시아 - 우크라이나 무력충돌…사상자 1만3000명

■ 대표적 유혈분쟁

강대국 간 패권경쟁 속에서 분리독립 요구가 유혈 분쟁으로 확대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벌어진 무력충돌이 대표적이다. 1만3000명의 사상자를 낸 분쟁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를 논의하기 위해 9일 프랑스 파리에서 갈등의 당사자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병 후 5년 만에 처음 대면한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21일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다. 표면적으로는 크림반도 자치의회 결의안과 주민투표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합병을 승인했는데 실제론 러시아 정부가 은밀하게 친러 반군을 지원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특수부대는 같은 해 2월 27일 크림반도 의회에 침입해 의원들이 주민투표안을 통과시키는지 감시했다.

크림반도는 사실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 흔쾌히 떼어준 땅이다. 러시아 프라브다지는 2009년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당시 공산당 서기장)가 크림반도를 15분 만에 우크라이나에 넘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우크라이나가 고향인 흐루쇼프가 1954년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했다’고 통보했고,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도 15분 만에 토론이 끝났다는 내용이다.

37년 뒤인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의 태도가 돌변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서방세력 간의 각축장이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2013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입김이 강해질까 걱정한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다. 유럽 정상들은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하며 주요 8개국(G8) 협의체에서 쫓아냈다. 같은 해 6월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은 페트로 포로셴코가 대통령이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본격적인 친서방 정책을 펼쳤다. 우크라이나는 결국 러시아와 서방 간의 전장으로 전락해버렸다.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장악한 후 독립을 선언했다. 서방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강경 진압에 나섰다. 둘 간 분쟁으로 지금까지 1만3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에 강경 대응을 고수한 포로셴코 전 대통령에 비해 러시아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후보 시절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정상 간 4자 파리회담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성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프랑스 르몽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 주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과의 관련해 “첫 번째 단계는 포로 교환, 두 번째는 매우 어렵겠지만 휴전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분리주의 반군 문제 해결은 러시아로서도 얻는 게 더 많다.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해결한다면 러시아의 G8 복귀를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5년간 러시아를 옭아매 온 미국·유럽의 경제 제재를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제재로 러시아 경제 규모가 2013년 말 예상했던 규모보다 약 10%(약 173조 원) 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미국의 관여가 덜한 틈을 타 극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9월 각국이 억류하던 상대국 인사 35명을 맞교환한 사실도 청신호로 해석된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