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9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2010’s Best 10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09일(月)
‘정의’를 열망하고… ‘페미니즘’ 깃발을 들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출판인 44명에게 물었다

출판인들은 지난 10년간 가장 주목할만한 책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꼽았다. 또 지난 10년을 상징할 키워드로 ‘페미니즘’과 ‘정의’를 맨 앞에 놓았다. 문화일보가 2010년대(年代)를 보내며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 출판평론가 등 출판인 44명을 대상으로 2010년대의 ‘책 베스트 10’과 ‘키워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회 저변의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이 남다른 출판인들이 선정한 도서와 키워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2010년대 한국 사회의 초상을 보여준다.

10년간 가장 주목받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 첫손 꼽아
‘페미니즘·정의’키워드 1·2위
‘90년대생·불안·소수자’ 이어
‘4차혁명’도 2010년대 상징어

차별·성과주의 문제 드러낸
‘미생’ ‘피로사회’ 조명
경제적 불평등 다룬 경제書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공리주의를 대립시켜 정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따지는 마이클 샌델의 책은 지난 10년간 2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베스트셀러였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이 책은 2010년 당시 정치권을 향한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읽혔고, 이 책을 사는 행위는 단순히 도서 한 권을 사는 게 아닌 사회적 발화로서 의미가 더 컸다”면서 “2010년대 초·중반,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정의’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책의 판매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정치적·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적 정의와 공정의 문제로 관심이 깊어졌으며, 지구촌의 공통적 현상인 신자유주의의 심화에 따른 불평등의 확대와도 무관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좀 더 집중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불균형의 원인을 파헤치고 과감한 대안을 제시한 책으로 우리 사회에도 큰 반향과 논쟁을 불렀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문제점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다. 이 책은 2007년에 나왔지만 스테디셀러였던 만큼 출판인들은 2010년대의 책으로 꼽았다. 출판인들이 두 번째로 많이 뽑은 2010년대의 키워드도 ‘정의’와 ‘(불)공정’ ‘(불)평등’이었다.

2015년 번역·출간된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와 2016년 나온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2010년대 후반을 휩쓴 페미니즘의 파도와 연결된다. 2017년 후반 미국에서 시작되고 이듬해 한국에서도 확산된 ‘미투’운동이 더해지면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남성에게도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것은 ‘남성페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만했다. 출판인들이 뽑은 2010년대의 키워드 1위가 ‘페미니즘’(미투, 여성, 페미 리부트 등 포함)이었다. 페미니즘과 함께 소수자, 퀴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소설가 박상영과 김봉곤 등 이른바 ‘퀴어 문학’이 대중성을 확보한 것도 출판인들은 키워드로 올렸다.

‘2010년대 베스트 10’ 중 유일한 만화인 윤태호의 ‘미생’은 한국 사회의 질곡을 여러 겹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직장생활 이야기다. ‘비정규직’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되는 차별과 분노, 불안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준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직장과 학교, 가정에서 겪는 차별, 혐오, 고용불안, 재난과 같은 사회적 폭력과 상처가 몸에 스며들어 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처음 드러내 역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병철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의 ‘피로사회’는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현대인의 피로한 자아가 좌절과 우울증을 낳는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출판인들이 뽑은 키워드 중 ‘정의-분노-페미니즘’ 등은 따로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계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불안-자존감’ 역시 긴밀히 연결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심리학책이 수없이 출간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의 키워드로 ‘개인의 자존(감)’을 꼽은 이혜진 해냄 편집장은 “2010년대는 집단보다 개인의 개별성에 주목하지 않았나 싶다”며 “페미니즘도, 우울증에 대한 고백도, 동물 캐릭터의 급부상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반기도 결국 개별 인간들의 존엄과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좀 더 근본적으로 일어났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라며 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유발 하라리와 빅히스토리 열풍을 몰고 온 ‘사피엔스’도 베스트10에 선정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초판이 2007년에 나왔지만, 2016년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출판인들은 2010년대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 2010
마이클 샌델 지음 / 이창신 옮김/김영사

구제 금융·모병제·대리 출산과 같은 현실 문제, 고통의 대가를 계량하는 시험과 같은 사고 실험을 동원해 ‘정의’의 문제를 살핀다. 저자는 책에서 ‘정의’에 대한 확고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독자에게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바로잡는 기회를 얻게 하고, 정치와 도덕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알게 도움을 준다.

21세기 자본 - 2014
토마 피케티 지음 /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항상 우위에 있음을 지적하며,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 부유계층에 자본이 집중돼 분배구조의 불평등이 악화함을 보여준다.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보며 극소수의 최고 소득에는 현 수준보다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과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라는 대담한 대안을 제시한다.

사피엔스 - 2015
유발 하라리 지음 / 조현욱 옮김/김영사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됐고,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한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했는지 분석한다. 인간의 역사를 생물학·경제학·종교학·심리학·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생생하게 조명해 무엇을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지 묻는다.

82년생 김지영 - 2016
조남주 지음 /민음사

여권이 신장한 시대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여기에 각종 신문기사, 통계청 자료, 행정부 정책 보고서 등이 더해져 소설을 뒷받침한다. 개인적 기억과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하나하나 밝힌다.

미생 - 2012
윤태호 지음·그림 /위즈덤하우스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 커다란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킨 웹툰은 ‘미생’이 처음이었다.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아가던 청년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면서 겪는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려 직장인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다. 이후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 2017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는 학문인 사회역학의 눈으로 질병을 바라보며 사회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다룬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 2015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창비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의 우스꽝스러운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을 통해 성별·경제·인종·권력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피로사회 - 2012
한병철 지음 /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오늘날 사회는 적대성이나 부정성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사회에서 부정성이 제거되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이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과사회의 과잉된 활동·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과 영감을 주는 무위, 휴식의 가치를 역설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2010
장하준 지음 / 이순희 옮김/부키

미국·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책은 이들 국가가 과거에 보호무역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경제발전을 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들 선진국을 상처 난 부위에 소금을 뿌리는 ‘나쁜 사마리아인’에 비유하면서,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에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채식주의자 - 2010
한강 지음 /창비

생고기와 피가 뚝뚝 흐르는 섬뜩한 꿈을 꾸고 난 뒤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야위어 가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걱정해 고기를 먹이려는 주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사회적 제약에서 시작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모든 존재를 지워버리며 식물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사회와 충돌한다.


■ 선정 참여한 출판인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고세규(김영사 대표) 고승철(출판인)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성신(출판평론가) 김소영(문학동네 대표)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인호(바다 대표) 김종길(글담 대표) 김종수(한울 대표) 김태진(다섯수레 대표) 김태희(사계절 총괄팀장) 김한청(다른 대표) 김현종(메디치 대표) 김현지(현대문학 단행본팀장)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 박래선(에이도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양원석(rhk 대표) 염종선(창비 편집이사) 유정연(흐름 대표) 유재건(그린비 대표) 이갑수(궁리 대표)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권우(출판평론가) 이혜진(해냄 편집장) 임병삼(갈라파고스 대표) 장동석(출판평론가) 장미희(아르테 팀장) 장은수(이감문해력연구소 대표)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미현(현암사 대표) 조성웅(유유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이음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편집주간)

엄주엽 선임기자·정진영 기자
[ 많이 본 기사 ]
▶ “秋 면죄부”… 불공정 수사 분노 확산
▶ ‘추석 30만명’ 제주의 분노…“내 손주는 못오게 했는데”
▶ 서울 - 추미애·박영선·윤희숙 ‘하마평’… 부산 - 김영춘·박..
▶ 秋사단 ‘무혐의’ 결론… 수사팀조차 無名자료로 ‘無言의 항..
▶ 베일벗은 트럼프 ‘절세의 기술’…1111억원 내고 853억 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이낙연 22.5%·이재명 21.4%… 동반..
“국방부 ‘부유물 위 시신 기름 부어 ..
北 만행에 ‘굽신’ 화답한 文
수천만원 빚내 여성 BJ에 선물하다 결..
269억원 새 우주 화장실, 국제우주정..
topnew_title
topnews_photo ‘사살완료’ 北내부보고 실시간 감청…“대통령에 즉시 알렸어야”우리 군이 지난 22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
mark‘추석 30만명’ 제주의 분노…“내 손주는 못오게 했는데”
mark베일벗은 트럼프 ‘절세의 기술’…1111억원 내고 853억 환급
“秋 면죄부”… 불공정 수사 분노 확산
김도우, 아내 “6개월간 관계 없었다”에 충격적 항변
서울 - 추미애·박영선·윤희숙 ‘하마평’… 부산 - 김..
line
special news 머라이어 캐리 “가족이 포주에 팔려고도…‘ATM..
자서전서 ‘가족 잔혹사’ 고백 “수십년 간 폭력적인 가족들이 날 공격했다. 내가 열두 살 때 언니는 신경 안..

line
유치원생 25명 독극물먹여 1명 죽인 보육교사 사형..
“위증한 법무장관 처벌 안 받으면 누가 法 믿겠나…..
秋사단 ‘무혐의’ 결론… 수사팀조차 無名자료로 ‘無..
photo_news
추석날 RYU & KIM 출격… 한가위 선물 ‘1+1승..
photo_news
BTS, 빌보드 싱글 1위 깜짝 복귀…통산 3주째
line
[10문10답]
illust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전지적 문화 시점]
illust
온라인 미술관 나들이…관람 말고 ‘관찰’하라
topnew_title
number 이낙연 22.5%·이재명 21.4%… 동반하락
“국방부 ‘부유물 위 시신 기름 부어 태웠다..
北 만행에 ‘굽신’ 화답한 文
수천만원 빚내 여성 BJ에 선물하다 결국 살..
hot_photo
‘임원희 소개팅녀’ 황소희 누구…..
hot_photo
영국 정부가 조폭 두목 신발값 물..
hot_photo
골프 세계 14위 피나우 ‘188억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