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율 99.9%… 원조가 헷갈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영화 ‘시동’의 마동석(왼쪽)은 단발과 분홍색 셔츠 스타일의 거석이형 캐릭터를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닮은 모습으로 재현했다.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김병철(오른쪽)도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판박이 수준이다.

- 쏟아지는 웹툰 원작 영화·드라마속 ‘흥행 변수’

영화 ‘시동’ 단발머리 주방장역
마동석, 성격·모습 그대로 재현

드라마 ‘천리마마트’ 정복동역
김병철, 캐릭터 표정과 판박이

영화 ‘포드V페라리’ 맷 데이먼
실화속 엔지니어 웃음까지 닮아

최근 영화 ‘시동’이 개봉(19일 예정)도 하기 전에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홍보를 위해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 때문이다. 그 속에 요즘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 마동석이 기상천외한 스타일로 등장한다. 단발에 분홍색 티셔츠. 기존에 그가 해왔던 ‘마초남’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상상초월의 코믹 캐릭터다. 관객들은 마동석의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그만 무장해제돼 버린다.

웹툰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지는 가운데 배우와 연기하는 캐릭터의 닮은 정도를 말하는 ‘싱크로율’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웹툰 캐릭터와 작품 속 등장 인물이 얼마나 닮았는지가 흥행을 가늠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웹툰 원작 영화 ‘강철비’(2017), ‘신과 함께’(2017∼2018) 등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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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은 2014년 연재 이후 평점 9.8을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정체불명의 단발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의욕만 앞서는 상필(정해인) 등 거칠면서도 순수한 인물들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이야기다.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은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마동석은 헤어스타일부터 패션까지 ‘파격’ 그 자체다. 예고편을 본 네티즌들은 “거석이형을 연기할 배우로 마동석 외에는 상상이 안 간다” “마동석 단발은 진짜… 찰떡 캐스팅”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동’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본부장은 “‘시동’의 캐릭터 싱크로율은 100% 이상”이라며 “코믹과 함께 감동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놀라운 싱크로율로 아직도 화제다. 누적 조회 수 11억 건이 넘은 김규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대기업 DM그룹에서 억울하게 퇴출당한 정복동(김병철)이 성공을 꿈꾸는 모범생 문석구(이동휘)가 점장으로 있는 천리마마트에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를 담았다. 원작을 빼다 박은 듯한 캐스팅과 B급 유머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김병철과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이동휘는 마치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 생생했다. tvN은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디지털 콘텐츠 ‘부릉부릉 천리마마트’를 제작해 유튜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개봉 3주 만에 1000만 관객을 훌쩍 돌파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는 캐릭터와 목소리 배우의 싱크로율이 빼어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성별, 연령대, 성향은 물론 피부색까지 맞췄다. 안나 역의 크리스틴 벨은 미모의 30대 배우이고, 엘사 역의 이디나 멘젤은 가수이자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출신이다. 웃음을 담당하는 눈사람 올라프를 연기한 조시 개드는 가수이자 코미디언이다. 마법의 숲에 갇혀 있던 아렌델의 군인 마티아스는 피부색이 같은 흑인 배우 스털링 K 브라운이 맡았다. 앞서 개봉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실사화)’ 영화의 싱크로율은 더욱 뛰어나다. 지난 5월 개봉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는 인도계 영국인, 남자 주인공 메나 마수드는 이집트계 캐나다인으로 애니메이션과 판박이 닮은꼴이었다.

웹툰과 실사영화에만 싱크로율이 통하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도 싱크로율은 중요한 흥행 요소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1960년대 포드에서 활동했던 혁신적 자동차 엔지니어 캐럴 셸비(맷 데이먼)와 두려움 없던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의 레이싱 대회 도전에 관한 실제 이야기다.

영화에서 5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된 포드나 페라리의 머슬카도 대단하지만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싱크로율도 기가 막히다. 카우보이모자를 눌러 쓴 맷 데이먼은 캐럴 셸비와 쌍둥이 같고, 크리스천 베일과 르망 레이싱에 출전했던 켄 마일스는 콧날이 오뚝한 형제 같다.

‘포드 V 페라리’는 ‘겨울왕국 2’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며 흥행 순항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