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줄이자니 성장률 ‘뚝’, 늘리자니 국고 ‘텅’… 재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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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월 월간 재정동향

정부 “정부전망치 내외로 관리”
전달보다 재정적자 줄었지만
추경때 하향조정 목표도 난항

건전재정위해 정부지출 축소땐
사실상 ‘성장률 2.0%’ 불가능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2019년 12월)은 정부 희망과는 달리 연말이 가까워져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지 않는 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재정 건전성 지표는 연간 지표가 나온 뒤 최종 판단하는 게 맞지만, 올해 1~10월 흐름을 볼 때 정부의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10월 통합재정수지는 11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10월(13조3000억 원 적자) 이후 10년 만에 적자 폭이 가장 크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재정 집행 규모가 줄어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은 1~9월(26조5000억 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올해 1~10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수지)는 45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10월 기준으로 2011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적자 폭이 가장 크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날 “누계 재정수지는 지속해서 개선돼 올해 (연간) 재정수지는 정부 전망치 내외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내놓은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10조8000억 원 흑자, 관리재정수지는 33조4000억 원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8월 내놓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올해 통합재정수지 6조5000억 원 흑자, 관리재정수지 37조6000억 원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그러나 그 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내놓으면서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1조 원 흑자,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 원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다시 전망치를 바꿨다. 현재 기재부가 “올해 (연간) 재정수지는 정부 전망치 내외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해 추경을 내놓을 때 밝힌 매우 악화한 수치 내외로 관리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정부가 ‘정부 전망치’라고 하지 않고 ‘정부 전망치 내외’라고 밝힌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경 당시에 내놓은 크게 낮춘 전망치조차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고민은 올해 연말 재정 집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재정 건전성 지표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고, 재정 건전성 지표를 좋아지게 하기 위해 재정 집행을 많이 하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률 2.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올해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지난해 8월과 올해 8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짤 때 내놨던 정부 전망치보다 크게 악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가 올해 추경에서 내놓은 전망치가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2조3000억 원이나 되는 ‘초대형 적자 살림’이다. 올해 1~10월 국세수입은 260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 원이 적다. 그런데 올해 국세수입 목표는 지난해 실적(293조6000억 원)보다 1조2000억 원 많은 294조8000억 원이다. 올해 국세수입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세수입 진도율(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 대비 실제 징수액의 비율)은 88.3%로 전년 동기(89.7%)보다 1.4%포인트 낮았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