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보수당 승리땐 내년 1월말 브렉시트 실현… 노동당 승리땐 ‘EU 잔류 국민 투표’

브렉시트 운명은?

보수, 과반 차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당과 ‘연정’ 도모
노동, 합의안 재협상 방침

영국 12·12총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총선’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의회에서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 브렉시트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되자 최후의 카드로 의회 해산을 강행해 이뤄지는 총선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의 운명 역시 각 당의 득표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1위, 2위를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존슨 총리가 원하는 대로 브렉시트를 완성하려면 최소 과반 의석(326석)을 확보해놓고 봐야 한다. 존슨 총리가 제의한 합의안이 통과할지, 혹은 한발 더 나아가거나 후퇴할지는 영국 하원 의석이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뒤바뀔 전망이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보수당이 반수 이상의 의석을 장악해 현재 합의안대로 바로 브렉시트를 시행하는 경우다. 존슨 총리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수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할 경우 과반 의석 정당이 없는 ‘헝 의회’가 등장하는 악몽을 꾸게 될 것이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다. 영국 정부와 EU의 잠정 합의안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고, 4년마다 북아일랜드 의회가 이 상태를 지속할 것인지 투표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합의안은 보수당의 모든 후보가 합의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반만 확보된다면 계획대로 크리스마스 이전에 의회 승인을 얻어 공언했던 2020년 1월 30일 브렉시트를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수당이 제1당을 차지했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연정 구성 여부에 따라 브렉시트 정책이 조금씩 바뀔 전망이다. 브렉시트에 가장 우호적인 브렉시트당과 연정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당론처럼 여겨왔던 브렉시트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의 요구에 따라 더 경직된 형태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새로 나올 수 있다. 존슨 총리 역시 노 딜 브렉시트에 우호적이었고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의 입장을 반영해 합의안을 만들어 왔다. DUP는 북아일랜드 관세동맹 잔류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던 만큼, 새 의회에서 연정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DUP는 “합의안은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의 신성함을 무시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보수당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지만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결집해 노동당의 ‘깜짝 승리’가 이뤄진다면 브렉시트의 운명은 가장 크게 바뀐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보수당 정부가 EU와 합의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협상한 뒤 EU 잔류라는 방안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노동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고 제4당인 자유민주당과 연합할 경우 새 정부의 정책은 브렉시트 찬반 자체를 묻는 제2 국민투표 등을 통해 브렉시트 백지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또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