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협상·무기구매 연계… 美국방차관보 “개념상 가능”

내주 서울서 열리는 5차회의서
방위비 일부 상쇄 기대감 커져

케빈 페이히 미국 국방부 조달담당 차관보가 10일 문재인 정부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0년 국방예산이 사상 최초로 5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5차 회의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와 반환되는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 비용 등 간접 비용을 미 측에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5조 원대의 방위비 청구서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페이히 차관보는 이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방위비 협상의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페이히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늘 합의를 추구하는 협상가로, 그런 기회들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히 차관보가 “개념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면서 실제 방위비 협상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방위비 협상이 연계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5차 회의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 등 한국이 부담해온 직간접적 동맹 비용을 제시하면서 미국이 요구한 5조 원(약 50억 달러) 분담금 총액을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10조 원대의 무기 구매 계획과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조기 반환을 추진하기로 한 26개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 등을 미국 측 협상팀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도 국방예산이 사상 첫 50조 원을 돌파한 점도 5차 협상에서 우리 측에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7.7%(3조4556억 원) 인상된 50조1527억 원으로 확정됐다.

김영주·정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