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인권선언, KAL 납북 50년과 靑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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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국제정치학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통과된 것은 1948년 12월 10일이다. 또, 50년 전 오늘은 KAL기가 납북된 날이다. 탑승객 중 11명은 아직도 생사 불명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생각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유엔은 2005년부터 15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을 ‘반인도적 범죄 유린국’으로 재규정하고,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맞춤형 제재를 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유엔의 노력에 역행해 올해 문재인 정부는 유엔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그동안 인권 변호사 경력을 내세워 온 문 대통령의 이중적 면모를 보여준다.

김정숙 여사는 록 밴드 U2의 공연을 봤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보컬 보노를 직접 면담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11월 말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토 웜비어 부모의 면담은 거절했다. 북한 정권의 가혹한 고문으로 자식을 잃은 웜비어 부모는 미국 의회와 국무부를 설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했고, 그 결과 북한 정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해졌다. 미국 법원은 북한 정권에 웜비어 부모에게 약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국이 압류한 북한 배 와이즈 어네스토호는 처분돼 웜비어 부모에게 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됐다. 웜비어 부모는 김정은 정권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들에 대해 법적 소송을 통한 압류에 나섰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 채택을 넘어 북한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고 김정은 정권 붕괴를 통해 만성적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는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조차 설립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고 계속 도발을 하는데도 오히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유엔과 미국과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핵 문제와 동시에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 정부는 이런 노력에 동참하긴커녕 북한을 두둔하고 국제 공조를 무너뜨리려 한다.

북한의 5개 정치범수용소에 현재 10만 명이 넘는 무고한 주민이 갇혀 있다. 교황청 산하 ‘고통받는 교회돕기’의 보고서는 북한을 최악의 종교 박해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그루터기’로 불리는 북한 기독교인들은 체포되면 고문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다. 북한 전체 정치범의 절반 규모인 5만∼7만 명에 이르는 기독교인이 수용소에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가혹 행위로 사망한다고 한다. 최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성경책을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80명의 교인을 운동장에서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군포로와 전후 납북자들이 북한에 강제로 억류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납북된 무고한 10만 명의 한국인은 그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들의 송환을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는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문 정부는 더는 한반도 평화라는 허구적 평화 쇼의 논리를 내세워 국군포로와 전시와 전후 납북자 문제를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유엔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실현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대해 확신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