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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11일(水)
불법에 몰염치, 내년 예산 정당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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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4+1 예산안’이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10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과 법률 위에 통치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권에서도 시도하기 힘든 탈법이 강행됐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과반수 정당이 원하는 내용을 담은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와 결탁해 국회 절차도 무시하고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이번 예산안의 문제점들을 짚어 보자.

첫째, 이번 예산안은 국회 내의 적법한 절차와 관행을 위배했다. 헌법과 국회법 제84조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그 심사가 끝난 후 본회의에 부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결위는 제안설명 청취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찬반 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예결위 활동시한 종료 후에는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 예산안은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나 국회의 공식 기구인 예결위와 기획재정부 간에 합의된 예산안을 의미한다. 국회 내 임의로 모인 국회의원 집단이 만든 예산안이 갑자기 부의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이 기획재정부가 예결위가 아닌 모임에 예산안 증액을 동의해 예산안을 수정하고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한 것은 문제가 크다.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비목을 설치할 때 주체는 국회법과 국가재정법의 해석상 예결위가 돼야 한다. 또한, 이제까지 안건 이송 시 공문으로 정부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관례다. 정부는 공문으로 이송돼온 국회의 증액 동의 요구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서면으로 국회에 증액 동의 사실을 통보한다. 예산 과정의 책임성과 엄격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국가의 공식 문서를 통해야 할 과정이 생략됐다.

셋째, 이러한 탈법적인 활동에 의해 재정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의 투명성은 완전히 훼손됐다. ‘4+1 수정안’의 세부 삭감과 증액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부의되고 말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국민과 의회에 의한 정부와 재정에 대한 통제를 가로막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법치주의와 헌법 질서를 존중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적법 절차 안에서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예결위원장 직을 확보하거나 예결위에서 표결을 하거나 쪽지예산을 과감히 포기하고 행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눈속임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여보고 싶고, 자신들 지역구 쪽지예산은 최대한 챙겨야겠고, 국회에서 이익집단이 많은 다른 알짜 상임위를 확보하려니 예산안 처리 절차의 법체계와 관행을 뭉개 버리게 된 것이다.

넷째, 이번 예산안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본예산안이 대대적인 확대 예산안인 동시에 대폭 늘어난 적자예산안으로, 현재 세대의 소비를 위해 미래 세대가 희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확대된 액수의 절반 이상이 소비성 복지 지출이며 경제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적자와 국채 증가분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급증하고 있는 연금 부채와 건강보험 부담금은 또 어떠한가.

무너진 재정 규율과 재정 거버넌스를 제로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편법 예산편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재정 법제의 개선, 중앙 예산기관의 권한 재조정, 선진국에서 활발히 제도화되고 있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재정위원회(fiscal council) 등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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