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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12일(木)
‘性’ 개념 정립도 안된 상태서 사고… ‘아동간 성폭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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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상담건수 매년 늘어 작년 519건 달해…
너무 어려 ‘가해자’ 규정 없고 이견도 커
맞춤형 성교육·대응 매뉴얼 필요

■ 수면위로 급부상한 ‘아동간 성폭력’ 논란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
박능후 복지 발언에 논란 커져
일각선 “터질게 터졌다” 반응

복지부 “사전방지서 대응까지
가이드라인 마련이 1차 목표”


경기 성남시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간 성 관련 사고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아동 간 성 관련 사고는 사실 과거에도 대처가 난감한 문제로 여러 차례 언급이 돼왔지만,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나 책임 소재 등에 명확한 지침이나 판단 없이 논란을 키워왔다. 특히 연령이 낮은 아동의 경우에는 성적인 욕구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인 데다 법적으로도 ‘가해자’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 탓에 접근 방식에 대한 이견도 큰 상황이다. 논란 자체를 떠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 어떤 기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은 지난달 4일 피해 아동인 A(5) 양이 어머니에게 어린이집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자기 바지를 벗게 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진술하면서 처음 인지됐다. 심지어 어린이집 교실 안에 보육교사가 있었음에도 CCTV 사각지대에서 남자아이 3명이 A 양을 둘러싸서 보육교사의 시야를 차단하고 가해 아동이 A 양의 바지를 벗기고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했다. CCTV 분석 결과, A 양이 말했던 장소와 상황 등 관련된 정황이 그대로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목격자 3명이 가해 아동으로부터 선생님과 엄마에게 이르지 말라고 강요받은 것도 확인됐다. A 양은 성적학대와 외음질염을 진단받았다. 현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이 사건의 내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또 지난 2일 성남 어린이집 사건 피해 아동 아버지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재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크게 불거진 데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된 점도 한몫했다. 박 장관은 성남 어린이집 사건을 두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피해 아동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다만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말 뒤에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여 발언 전체를 놓고 보면 틀린 표현은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아동 간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에도 지방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5세 남자아이가 화장실에서 또래 여자아이의 옷을 벗기고 성기를 만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딸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는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가해 아동 부모 측에게 반을 바꾸거나 유치원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로 인해 피해 아동은 약 2주간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하기도 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에서 만 10세 미만 아동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봤다고 상담을 접수한 건수는 2016년 317건, 2017년 480건, 2018년 51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집 등 아이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계속 존재해온 만큼 유사한 사건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쉬쉬하고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성남 어린이집 사건이 크게 공론화된 뒤 각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자녀가 또래로부터 성추행 등의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는 했다. 대부분의 경우, 비슷한 경험을 한 부모들의 의견을 구해 ‘알음알음’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10월 한 카페에는 “5세 아이가 소변을 보면서 따갑다고 해서 물어봤더니 ‘○○ 오빠가 만졌다’고 말하더라”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아이처럼)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셨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건이 크게 공론화된 이번 기회에 관련 매뉴얼을 확립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논란이 커진 이후 복지부 관계자는 “사전 방지부터 초기 대응까지 전 과정에 걸친 ‘가이드 라인’ 마련이 목표가 될 것 같다”며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가해 아동에 대한 치료 등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도 “사건 발생 시 아동 진술 방법 등 구체적인 초기 대응을 담은 가이드 라인을 내주 관내 어린이집 배포를 목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선 아동들에게 자신과 상대의 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을 비롯한 교육을 통해 바른 성 관념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부모에 대한 처벌과 대응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확립하고, 가해 아동 및 피해 아동을 포함한 사건에 관계된 아동들을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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