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란… 탐구로 이끄는 ‘도전의 불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인간이 이 우주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지 대화하는 것과 같다. 이는 또한 앞으로 기꺼이 탐구를 불태울 도전자들을 위한 목록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과학의 황금기’칭할만한 현재
전부 알수있단 믿음 커졌지만
인류지식 궁극적 경계 드러나

알수없는 초기조건·변수 탓
물체운동 완벽예측은 불가능

물질의 최후단위인‘쿼크’도
더이상 쪼갤수 없는지는 몰라
물리·정신간 관계도 모르지만
인간 ‘탐구열정’ 발휘토록 진화
뉴턴이후 知的 여정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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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커스 드 사토이.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이자 ‘과학 대중화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다. 이 기나긴 이름의 석좌교수 직함은, 시민들의 과학적 호기심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전임자는 ‘이기적 유전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사토이 교수 역시 BBC 방송국의 과학 다큐멘터리 ‘수학 이야기’나 수학 예능 ‘골치 아픈 학교’에 출연하는 등 맹활약 중이다. 우리나라 국공립대학에서도 반드시 도입해 방송과 체계적 협업을 고민할 만한 자리다.

과학의 발달은 눈부시다. 외계 행성의 발견, 인간 유전체 해독, 예쁜꼬마선충의 신경망 구조 규명, 힉스 입자 발견, 그래핀 개발, 뇌 과학의 발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푸앵카레의 추측에 대한 증명 등이 지난 반세기 동안 모두 이뤄졌다. 현재 우리는 과학의 황금기를 살아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자연의 궁극적 법칙이 곧 발견되고, 그때가 되면 인간이 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겨났다. 스티븐 호킹의 말이다.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인간이 결코 알지 못할 것도 있지 않을까.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은 인간이 어디까지 아는지도 알 수 있다. 미지 또는 무지는 항상 앎 너머에서 생겨난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인간이 이 우주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지 대화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 책은 ‘궁극의 과학책’이 된다. 잘 아는 사람만이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과연 이 책의 서술은 평이한데, 내용은 광활하고 심오하다. 뉴턴 이래 과학이 걸어온 길의 핵심이 압축돼 있으며, 궁극의 앎을 향해 도약을 거듭해 온 지적 탐구의 여정이 한 줄로 꿰어 있다. 지금 이 순간 인류가 무엇을 확실히 아는지 알고 싶다면, 이 한 권이면 충분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이야기는 육면체 주사위로 시작한다. 일정 횟수 이상을 던지면 숫자가 골고루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임의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다음에 무슨 숫자가 나올지도 알 수 있을까. 주사위 상태와 운동을 모두 알아내 정식화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수학의 언어를 사용해 운동을 과학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은 뉴턴이다. 미적분학을 사용해 뉴턴은 천체와 지구, 지극히 큰 것과 아주 작은 것을 하나의 논리로 기술하는 통일 이론, 즉 만물의 이론도 만들어 냈다. 뉴턴을 계승한 라플라스는 “전능한 존재는 운동 방정식을 통해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선언했다. 주사위의 미래를 알아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

그러나 19세기 말 푸앵카레가 부풀어 오른 희망을 수학의 바늘로 찔렀다. 지구·태양·달 등 움직이는 세 물체의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삼체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푸앵카레는 혼돈 개념을 발견했다. 태양계처럼 겉보기에 무척 안정된 경우에도, 즉 운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할지라도,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지면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초기 조건을 완벽하게 모르면, 미래의 완전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따라서 다음번 주사위 숫자를 알 수 없다. 오해하면 안 된다. 미래를 아예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알 수 없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그때까지는 알 수 있으므로 우리는 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변수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미래가 초래”되므로 아무도 “혼돈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여기가 앎과 미지를 가르는 지식의 경계다.

다음 경계는 쿼크에서 나타난다. 쿼크는 현재 우리가 아는 물질의 최후 단위이지만, 쿼크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인지는 알 수 없다. 다음은 불확정성 원리. 이 원리에 따르면, 입자는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관측과 함께 상태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것은 상호작용하므로 우리는 우주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음은 우주의 모양. 우주가 거의 평평하다는 것은 알지만, 완전히 균질적이진 않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의 어느 한 곳이 특별한 장소인지는 알 수 없다.

어둠의 우주가 그다음이다. 우리는 ‘빅뱅의 메아리’인 빛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런데 이 우주는 전체 우주의 4.9%에 불과하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이뤄진 나머지 어둠의 우주는 알 수 없다. 빅뱅이 시공간의 출발점인 것은 알지만,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물리 세계가 수학으로 설명이 잘되는 것은 알지만, 우주가 왜 수학으로 설명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물리적 현상은 수학 때문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실체가 아니라 인간 의식이 느끼는 환상이라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물리 세계와 정신세계가 별개인지는 알 수 없다.

목록은 계속 이어지지만, 이것이 절망일 수는 없다. 인간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오히려 호기심을 부풀려 미지를 앎으로 바꾸는 열정을 발휘하도록 진화해 왔다. 앎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줄여 줌으로써 생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제시된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은 앞으로 기꺼이 탐구를 불태울 도전자들을 위한 목록이기도 하다. 596쪽, 2만8000원.

장은수 이감문해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