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졸속 예산>관계 얼어붙는데…지자체, 남북협력기금 앞다퉈 조성

서울 132억 · 경기 22억 투입
재정형편 무시 퍼주기식 편성
대북지원사업 홍보 앞장 논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지지부진한데도 지자체들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쟁적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이하 남북기금) 조성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통일부가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 지자체도 민간단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북지원사업자로 나설 수 있게 되자 일부 지자체가 재정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퍼주기식의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적립해 놓고 대북지원사업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전국 각 시·도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지자체들이 최근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아 독자적인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벌일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가 재정형편을 무시한 채 사업계획도 없이 내년도 예산에 남북기금을 반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에 22억 원을 투입해 대북제재가 면제된 북한 ‘개풍 양묘장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올 예산 100억 원을 포함해 적립된 남북기금 390억 원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도는 내년 본예산안에 남북기금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내년 추경을 통해 50억~1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올해까지 남북기금 348억 원을 적립하고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 식량 지원 등 북한 관련 예산 132억 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39조5282억 원의 내년 슈퍼예산 편성 때문에 지방채 3조 원을 발행해야 할 판에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원도는 남북협력사업 명목으로 올해 예산 50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도 예산에 50억 원을 편성했다. 경남도는 올해 처음으로 남북기금 20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에도 20억 원을 추가로 적립해 ‘통일딸기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올해까지 적립한 남북기금 52억 원을 단 한 번도 집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예산에 남북기금 10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올 예산 20억 원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인천시는 내년에 10억 원을 반영해 총 50억 원의 남북기금을 적립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2011∼2018년 남북기금을 적립하지 않다가 올해 20억 원 등 총 70억 원을 조성하고 내년 예산에 10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국제유소년축구대회 등 남북교류 행사를 전면 중단한 경기 연천군은 내년도 예산에 5억 원을 편성해 모두 28억 원의 남북기금을 적립할 예정이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매몰 비용 부담으로 군 재정이 바닥난 상태여서 주민들은 기금이 단체장 치적 쌓기용 홍보에 사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munhwa.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