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삭막한 콘크리트 숲에 내리는 ‘겨울 단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준영, 단비, 162×130㎝, 캔버스에 혼합재료, 2000

우리가 처한 모순 한 가지. 콘크리트 숲의 도시를 한탄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대신 ‘나는 자연인이다’를 재미있게 반복해서 본다. 산속에서 외롭게 사는 주인공을 보고 부러워하면서도, 뱀이 무섭고 멧돼지가 무섭다. 고로 나는 아파트를 떠나지 못한다. 호환 마마보다 끔찍한 것이 층간소음이지만, 그래도 나는 떠나지 못한다.

화가 김준영은 우리의 이런 모순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폭에 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삶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화(理想化)와는 다른 유의 미적 태도를 보인다. 겨울철 비조차도 대지를 적셔주는 것이 축복인지, 밝은 빛이 서려 있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 촉촉하니 생명의 단비가 온다. 겨울비 날씨답지 않게 화면엔 빛이 나며 온기가 돌고 있다. 필경 어디선가 생명의 싹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불모의 삭막한 풍경이 이토록 고밀도의 서정적 화면으로 승화될 줄이야. 작가는 도대체 화면에 무슨 주술을 부렸던 것일까.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