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러 ‘대북 제재 無力化’ 시도, 한국이 앞장서 막아내야

중국과 러시아가 16일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영국·프랑스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통과는 어렵겠지만, 두 나라가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이는 데다, 미국은 미국대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재에 일단 구멍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핵 폐기가 ‘담보’되지 않으면 그런 무력화(無力化)가 발생하게 해선 안 된다.

화급한 현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 내용에 담긴 북한 노동자 추방 시한(오는 22일) 폐지 문제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면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강요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안보리는 2년 전인 2017년 12월 22일 초강력 결의안 제2397호를 채택했다. 북한 달러벌이의 핵심 수단인 북한 노동자 전면 추방을 결의하고 2년 시한을 설정했던 것이다. 정유 제품 공급 50만 배럴 제한, 해산물·섬유 등으로 금수 품목 확대도 포함됐다.

북한이 지난해 초부터 대화와 협상에 나선 것은 이런 제재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란한 이벤트들을 벌이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지금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핵보유국으로 공인하는 행태다. 문 정부가 앞장서서 저지해야 한다. 그런데 중·러 초안에는 철도·도로 프로젝트 같은 문 정부가 솔깃할 내용도 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런 일을 벌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