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소라 데뷔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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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그래, 난 누군가에겐 봄 누군가에게는 겨울／ 누군가에겐 끝 누군가에게는 처음／ 난 누군가에겐 행복 누군가에겐 넋／ 누군가에겐 자장가이자 때때로는 소음／ 함께 할게 그대의 탄생과 끝／ 어디든 함께임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당신의 삶을 위로할 테니／ 부디 내게 가끔 기대어 쉬어가기를’. 자신이 부르는 노래 대다수를 직접 작사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을 찾아 작곡을 의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수 이소라(50)가 지난 1월에 싱글 앨범으로 발표한 타블로(본명 이선웅) 작사·작곡의 ‘신청곡’ 한 대목이다. 어떤 사람도 흉내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비음이 섞인 음색부터 묘한 매력을 지닌 이소라의 노래는 ‘신청곡’처럼 거의 모두 무슨 사연이 있어서든지 슬프거나 쓸쓸해 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그가 작사해 음반으로 내놓은 지 오래인 노래들도 그런 건 물론이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드는, 그의 2004년 발표 제6집 앨범 ‘눈썹달’ 수록곡인 이승환 작곡 ‘바람이 분다’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4년 전국 시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가사’로 뽑기도 한 노래로, 뒷부분은 이렇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인천대 재학 중에 아카펠라 재즈 그룹 ‘낯선 사람들’ 일원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난 행복해’를 타이틀 곡으로 삼은 1995년 솔로 가수 데뷔 앨범을 내놓자마자 단박에 최고 인기 스타 반열에 올랐었다.

노래를 부르다가 울컥해져 생방송 중에 소리 내어 운 적도 있을 만큼 감성이 섬세한 그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발라드부터 울부짖으며 폭발하는 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어 왔다.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도 많이 남겼다. 2집 ‘영화에서처럼’,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 4집 ‘꽃’, 5집 ‘Diary’,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은 특이한 형식의 7집, 8집 ‘8’, 9집 ‘그녀풍의’ 등에 담은 노래 ‘처음 느낌 그대로’ ‘청혼’ ‘믿음’ ‘피해의식’ ‘제발’ ‘겨울, 이별’ ‘난 별’ ‘운 듯’ 등. 올해로 데뷔 25년째인 그가 1년 만의 콘서트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23·26일 제외) 갖는다. 그의 노래로 마음속 추위를 녹이는 자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