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경북도청에 왜 공룡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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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

경상북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나 경제 양면에서 국가 발전을 주도해 왔다. 70년 전인 1949년 경북 인구는 전국 인구의 15.9%를 차지했고, 1970년대까지 1, 2위를 다투었다. 농업시대가 끝나고 산업화시대에 들어서도 구미 정보기술(IT), 포항 철강이 주축이 돼 조국 근대화를 견인해 왔다. 구미에서만 수출 35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경북인의 자긍심은 살아 있었다.

그랬던 경북이 지금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나라 인구는 늘어도 경북의 인구는 20여 년 전과 비슷한 규모다. 특히, 청년 인구는 지난 한 해에만 1만3000여 명이 경북을 떠났고, 대구·경북을 합하면 1995년에 비해 무려 75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내륙 최대의 산업도시 구미는 한때 11만 명의 젊은 근로자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9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노인은 늘어나고 청년은 줄어들다 보니 도내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도지사 취임 이후 밤낮으로 고민하며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사무실을 일하는 환경으로 바꾸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대책을 세우며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특강으로 공무원들 마인드에서부터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새집으로 이사 가면 웬만한 가구는 버리고 새것으로 채워 넣는다. 일도 마찬가지여서 기존의 업무를 버려야 새 일로 채울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을 대신하는 시대를 맞아 농업시대, 산업화시대에 하던 일은 과감하게 버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경북도청 직원들에게 수없이 습관처럼 가지고 있던 과거의 낡은 것, 불필요한 일을 버리고 창의적인 일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일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어렵다고 해서 남 탓, 환경 탓이나 하고,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할 게 아니라 한 발이라도 더 뛰어 줄 것을 독려한다.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움직이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올해 초 미국 출장길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그 회사에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은 자유로운 복장에 창의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시는 없고 평가만 있다는 원칙에 따라 알아서 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특히, 구글 본사 앞에 세워놓은 뼈로 된 공룡상이 가슴에 와 닿았다. 시가 총액 세계 4번째의 기업 구글이 왜 하필 뼈대로만 된 공룡상을 세워 놓았을까? 쥐라기, 백악기 시대 지구 최강의 동물은 공룡이었다. 그러나 무려 1억6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이제 화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공룡이 멸종한 것은 힘과 덩치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공룡상은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앙상한 공룡상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 온 경북도 공룡처럼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최근 경북도청 본관 앞 잔디밭에 뼈로 된 공룡 조형물을 세웠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날마다 볼 수 있고, 도청을 찾는 도민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도청 직원들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공룡상을 보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변화와 혁신을 다짐해 달라는 마음에서다.

살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도청 앞 공룡상이 경종을 울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북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