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정의 생태학 Alive>‘네이처’ 자매지만 30개… ‘知的 寶庫’ 논문발표마저 돈벌이에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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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국가별 논문 1위
논문數 따라 돈 지급 때문
질 낮아도 거리낌없이 제출

우리나라에선 논란이 좀 있었지만 여전히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는 것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들의 꿈이다. 그런데 미쉐린 가이드에 별점을 받은 식당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같은 회사에서는 ‘빕 구르망’ 하위 리스트도 발표한다. 4만5000원 이하 가격대의 식당 중에서 좋은 곳을 뽑아 발표하는 것이다.

와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구매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세컨드 브랜드’라 불리는, 약간 품질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착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워낙 유명한 양조장의 이름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이들 또한 인기리에 팔린다.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5만 종 이상의 학술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학술지 목록을 골라 정리한 ‘과학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의 대략 1만2000개 학술지를 우수한 학술지로 쳐준다. 이렇게 수많은 학술지 중 최고로 꼽히는 양대 산맥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네이처’지와 미국에서 발행되는 ‘사이언스’지다. 이곳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평생의 영광으로 여기는 일이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과학 발전의 속도도 빨라지다 보니, 이곳에 논문을 게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져 버렸고 이 학술지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이 생기는 법. 네이처 출판사는 네이처지 하위에 ‘네이처-무엇무엇’이라는 자매지를 30여 개 만들어 냈다.

그래도 이곳에 논문을 싣고 싶어 하는 이가 많으니 이들 각각은 마치 오래전의 네이처처럼 여전히 높은 명성과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으로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한 단계 낮은 학술지를 만들어 냈는데 이곳에 게재하는 것도 영예롭게 생각하는 상황이 됐다. 네이처 출판사는 이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서 그 하위에 ‘사이언티픽 리포트’ ‘커뮤니케이션즈’라는 명칭을 단 학술지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들의 학문적 위상은 그리 높지 못할 뿐 아니라, ‘네이처’라는 브랜드를 이용해서 출판사가 돈벌이에 눈이 어둡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네이처의 이런 영업 전략은 전 세계 과학계가 논문 출판에 얼마나 미친 듯이 경쟁하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쓰지 못하면 소멸된다(Publish or perish)’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계에서 논문 발표는 과학자 성공의 핵심 요소다. 여기에 과학계에서 급격히 부상하는 아시아 국가들로 인해서 학술지 시장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 돼가고 있다.

미국의 ‘국가과학기금(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작년에 발표한 ‘과학기술 지표 2018’ 보고서의 국가별 발표 논문수를 보면 중국이 드디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고, 미국 뒤를 이어 인도가 3위에 올라섰다. 그 뒤로는 전통적인 과학 강국인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가 포진했고, 이어 이탈리아와 한국이 등장한다.

사실 원칙대로 말하자면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산물로 논문이 발표돼야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는 곳에선 비정상적인 등수 경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실 중국의 논문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이면에는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대학과 연구소에선 발표 논문의 질과 양에 따라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지불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질 낮은 논문이라도 아무 곳에나 투고하는 학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 학술지의 이런 상업화와 과학의 세속화에 반대해서 네이처를 비롯한 주요 상업적 학술지에 논문 게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과학자들도 있다. 물론 노벨상 수상자 정도는 이런 말을 해도 씨가 먹히겠지만, 나 같은 평범한 과학자의 고민은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네이처 자매지에라도 논문을 실어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