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생계 책임지면서 힘들다는 소리 한번도 안했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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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1948∼2011)

엄살 한 번,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 없었던 참으로 무던한 사람. 이제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우리 엄마처럼 아름다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고뇌하고 돌아본다.

내 엄마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참을성이 많고, 너그러웠으며 늘 희생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야리야리한 소녀, 꽃처럼 아름다웠던 그녀의 삶이 어찌 그리 힘들고 고달팠을지, 소설책을 한 권 써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에 결혼해 세 명의 아이를 둔 내 엄마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생계를 책임지며 우리 삼 남매를 길러내야 했는데 단 한 번도 힘들어하거나 자식들 앞에서 한탄하는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나는 엄마를 고생시키는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 없던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모진 시집살이와 더불어 그토록 고생만 시키는 아빠를 자식들 앞에서조차 흉 한 번 보지 않던 엄마가 답답하기만 했다.

자라면서 학교를 선택하거나, 장성해 결혼한다고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도, 어떤 일에도 딸의 선택을 지지했고, 믿어주었던 엄마. “우리 막내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분명 좋은 사람일 거다”라며 사윗감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고 무조건적인 사랑만 주셨다. 그 믿음이 나를 만들고, 삐뚤어진 길로 가지 않도록 해주었던 것 같다.

내 나이 30대 후반, 아빠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시기까지 2년의 병시중 끝에 엄마에게 암이라는 병마가 찾아 왔다. 투병 중 병원에 계실 때 병간호를 하며 엄마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릴 적 7남매 중 엄마를 유달리 예뻐하셨던 이발사 외할아버지 이야기며, 농구 선수였던 고등학교 시절과 아빠를 만났던 러브스토리, 그리고 우리를 키우며 고생했던 이야기들….

그제야 나는 엄마와 정말로 긴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엄마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딸들을 위하는 만큼 엄마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했는지, 내가 자식으로서 엄마에게 어떤 기쁨과 고통을 주었는지,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현한 적이 있는지 죄스러운 마음과 후회만 가득했다.

예쁘고 고왔던 엄마 얼굴. 날마다 야위어가고 2년여의 항암이라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점점 일그러져 갔다.

“엄마 천국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편안하게 잘 지내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막내도 곧 엄마 곁으로 가요. 사랑해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바로 전 엄마 귀에 이렇게 속삭이고 기도까지 했는데, 기도가 끝날 때까지 모두 들어주고 나지막한 한숨으로 대답까지 해주셨다. 그렇게 2011년 3월 30일. 벚꽃이 채 피기도 전, 63세의 나이로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꽃처럼 예쁜 내 엄마. 비로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믿어주는 내 편을 떠나보냈다는 설움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아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그랬지? 선하게 살아야 선한 삶으로 돌아온다고.

“착하게 살다 보면 늘 선한 끝은 있다.” 엄마처럼 답답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엄마는 모든 것이 사랑이었던 거야. 나도 엄마처럼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응원해 줄 거지?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그리운 그 이름. 이제 불러볼 수 없는 이름. ‘엄마’ 나의 엄마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막내딸 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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