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망분리’ 3년째 표류… 늑장행정에 해킹피해 우려

과기·국토 부서간 정책 엇박자
실무진 교체로 조항 신설 지연
홈네트워크 피해 막을 길 없어

아파트 도어록 해제 등 홈네트워크 해킹 사고를 막는 ‘세대 간 망 분리’ 대책 마련이 정책 엇박자로 3년째 표류하게 됐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토교통부 등과 내년 1월까지 관련 조항을 신설키로 합의했으나 담당 조직이 과 단위로 축소되고 인적 구성도 달라져 새 실무진이 이제야 업무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늑장 행정’으로 인해 결국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재산 피해를 막을 조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과기정통부, 국토부 등에 따르면 2018년 국정감사에서 홈네트워크 해킹 사고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후 과기정통부와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 기준’ 행정규칙에 ‘세대 간 망 분리’ 조항을 신설하기로 올 4월 합의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까지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과기정통부 조직개편으로 소관 당국인 정보보호국이 정보보호산업과로 축소·이관되고, 대신 출범한 네트워크정책실 내 네트워크정책과·사이버침해대응과 등의 담당 실무진도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주에 다른 부처 실무진과 첫 회의를 했다”며 “내년 1월 아파트 관리 서버의 세대 간 망 분리가 가능한지 현장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지난해 국감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과기정통부, 산업부 등 3개 부처와 전문가 공청회 등 협의를 마친 후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서 홈네트워크 해킹 예방 행정규칙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형 건설 60개사 공동세미나 개최 등 2년가량 조항 신설 작업을 추진해왔다. 심지어 서울시는 올해부터 SH공사를 통해 선제적 시범사업까지 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관계자는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홈네트워크 해킹 외에 요즘은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 해커들이 침입해 몰래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신형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AI 스피커 은행 이체 등 금융정보까지 새어나가면 재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성열·박정민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