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헌적 선거법과 ‘정권 검찰’ 꼼수로 좌파 獨裁 길 닦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밤 9시40분 본회의에 기습 상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중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사라지고, 여당과 들러리 정체세력의 추악한 거래로 국민을 기만하는 괴물(怪物) 같은 선거법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시작부터 끝까지 야바위 같은 절차적 위법성은 말할 것도 없고, ‘4+1’ 합의안의 내용에는 위헌적 요소도 수두룩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정권이 희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선거법과의 짬짜미로 통과되게 된 것이다.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공수처는 국민의 검찰 아닌 ‘정권의 검찰’이 될 개연성이 큰 것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스캔들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사악한 의도까지 읽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汎與) 군소 정당들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 석패율 12석 적용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상정된 법안은 지역 253-비례 47석에 연동률을 30석에만 50% 적용한 안이다. 지역구는 그대로이고, 석패율은 사라졌다. 치졸한 당리당략과 정치인 개인의 생존 꼼수까지 겹쳐 걸레 같은 법안이 됐다. 제1 야당이 동의하지 않은 선거 제도라는 원초적 결함은 말할 것도 없고, 연동형이 국민주권주의와 직접·평등선거에 위배된다는 헌법 권위자들의 지적도 묵살했다. 정치는 올바름(政者正也)이라는 2500년 역사의 상식을 허문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나고, 국정 혼란과 국민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무리수의 대가로 여권이 얻는 것은 공수처법이다. 이 법 역시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정부 고위 인사의 범죄를 척결한다는 당초 취지는 퇴색했다. 수사 대상 7200여 명 가운데 판·검사가 5000명으로, 맘에 들지 않는 수사와 재판을 간접 통제할 길이 열린다. 사건 이첩 요구권까지 갖게 됨으로써 조국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 관권선거 의혹처럼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낚아채 흐지부지 마무리할 수 있다. 드루킹 사건과 울산선거 의혹 수사에서 보듯, 현 단계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은 경찰이 아니라 ‘견찰(犬察)’이 될 우려를 더 키운다. 경찰 수사권 확대는 자치경찰 확대와 맞물려 하는 게 정상이다. ‘조국·정경심 수호’ 구호가 보여주듯 무조건 내 편을 감싸는 현 정권이 이런 칼자루까지 쥐게 되면 ‘좌파 독재(獨裁)’의 고속도로를 닦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