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친정 부모님께 手話로 첫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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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우(32)·배한나(여·32) 부부

“어머님, 아버님. 처음 뵙겠습니다. 한나 남자친구 오진우라고 합니다. 미숙하게나마 수화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한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세요. 처음 인사 온 날, 진우 씨는 서툰 수화로 저희 부모님께 인사드렸어요. 그때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저희는 친구 결혼식 들러리로 만났어요. 진우 씨는 절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호감이 생겼지만, 진우 씨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었어요. 당시 저는 충남 아산에 살았고 진우 씨는 경북 포항에 살았거든요. 물리적 거리가 있어서 고민이 많았죠. 결혼식 피로연 뒤풀이에서 진우 씨와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다음 주 마침 아산에 볼일이 있다며 올라온 진우 씨는 제게 돌직구를 던졌어요. “저, 한나 씨가 좋아요. 우리 거리가 있으니까 만나보면서 알아가면 안 될까요?”

진우 씨는 매주 아산으로 절 보러 왔어요. 어느 날 시내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이 왔어요. 얼떨결에 진우 씨도 함께 가게 됐죠. 진우 씨는 제약회사에 다녀요. 약을 취급하다 보니 의학 지식이 있는 편이죠. 상처 부위를 살펴보자마자 “대상포진이신 거 같으니 병원 가시죠”라더니 할머니를 모시고 응급실로 갔어요. 이 일을 계기로 물 흐르듯 결혼이 추진됐습니다.

결혼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제 걱정도 커졌어요. 제가 시집가면 아산에 남으실 부모님이 걱정됐거든요. 진우 씨는 이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여자들은 친정하고 가까이 살아야 잘살더라”라며 직장을 퇴사하고 아산에 재취업했어요. 저희는 작년 11월에 결혼했습니다. 진우 씨는 제가 없이도 친정에 찾아가 부모님 말동무가 돼드리곤 해요. 속 깊은 이 사람과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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