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주화 30년 후퇴시킬 ‘違憲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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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헌법상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하는 수사 및 기소 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그런데 고위공직자 수사 및 기소에 있어 검찰총장보다 우월하고 배타적 권한을 갖는 공수처장을 헌법에 근거도 없이 법률로 설치하는 것은 위헌(違憲)이다.

위헌일 뿐 아니라 반(反)민주적이기까지 하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 권력 견제와 더불어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 기능 수립이 핵심이다. 공수처는 정치권의 외압에 너무나 취약한 구조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2명의 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이 2명 있긴 하나, 야당들의 의견이 갈리면 여당 측이 원하는 후보의 추천을 못 막는다. 야당이 추천하는 후보 1명과 여권이 미는 후보 1명을 동시에 추천하게 되더라도 결국은 대통령이 여권 인사를 선택할 수 있다. 친여 성향의 처장이 차장을 임명하고, 이들이 법무부 차관, 여당 추천인과 더불어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

인사위원회는 과반수로 공수처 검사를 추천해 처장이 임명하고, 공수처 수사관은 처장이 임명하니,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 공수처 구성원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공수처 검사 자격을 애초 ‘10년 이상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자’에서, 막판 조율 과정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춤으로써, 특정 이념이나 정치 성향의 변호사들을 골라서 공수처 검사로 임용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졌다. 공수처 검사는 직업공무원인 일반 검사와 달리 임기제 공무원이고 정권의 변동과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이 커, 업무 수행에 정치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은 더 크다.

이런 조직이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국회 위증까지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공수처를 통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법원, 검찰, 경찰, 군, 선관위,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의 고위공직자와 그 직계혈족을 통제함으로써 국정 전반을 정치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재판 판결이나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이나 비밀누설 등을 빌미로 법원이나 언론기관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어, 사법부 독립 및 언론의 중립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위험성도 상존한다.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가 수많은 폐단을 낳았는데, 공수처는 대통령에게 입법·행정·사법 기능에 대한 더 강력한 통제 권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모든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혐의를 인지한 경우 즉시 보고하는 규정까지 막판에 추가됐으니, 수사 자체의 결정 권한까지 공수처가 좌우하게 된다. 법관·검사·고위경찰공무원 비리에 대해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보유한다. 일반 국민이 일종의 배심원단을 구성해 기소 여부를 결정토록 구상한 기소심의위원회안(案)도 막판에 빠졌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남용해 정치적 기소나 불기소가 횡행하는 걸 견제할 길이 없어진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검찰개혁에 시한까지 설정하며 밀어붙인 공수처 법안은 국회 법사위원회 절차도 무시하고 제대로 된 국민적 토론을 거친 적이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민주 절차를 우롱하는 행위이다. 정 공수처를 설치하려거든 개헌을 통해 헌법기관으로 설치해 정치적 중립성을 원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