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민족대회’ 홍범도 사진 옆 인물은 최진동 장군 이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22년 1월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한 홍범도(왼쪽) 장군과 최진동 장군이 제1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블라디미르 레닌에게서 선물 받은 권총을 차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반병률교수, 모스크바서 사진 입수뒤 딸·손녀통해 첫 확인

최진동 장군 딸 경주씨
“어릴때 이사진 걸려 있어”

레닌에게서 받은 권총 차고
군복차림으로 차량앞 포즈
독립군 대장 예우 받은 듯

1922년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서 홍범도 독립군 장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인물이 대한군무도독부와 대한북로독군부 사령관을 지낸 최진동(1882∼1945) 장군인 것으로 확인됐다. ‘봉오동 전투(1920년)’의 두 주역이 나란히 등장한 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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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을 입수·확인한 반병률(사진)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의 사진·영상물보관소에서 1922년 1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 소극장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 개회식 영상을 입수했다”면서 “당시 김규식·여운형·조봉암·김단야 등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참가 접수증을 발견하고 사진도 여러 장 확보했지만, 홍 장군과 함께 찍은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몰랐다”고 밝혔다. 반 교수는 이어 “처음에는 홍 장군과 함께 사진에 찍힌 인물을 고려인 출신의 볼셰비키 적군(赤軍) 장교로 추정했지만 유족의 증언으로 최진동 장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진동 장군의 동생 최운산(1885∼1945) 장군의 손녀인 최성주(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씨는 “이 사진을 미국 하와이에 사는 당고모(최진동 장군의 딸 최경주 씨)에게 보내 ‘아버지가 홍 장군과 함께 찍은 이 사진이 어릴 때 집에 걸려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반 교수가 확보한 사진에는 군복 차림의 두 장군이 차량에 기댄 채 소련 최고지도자인 레닌에게서 선물 받은 권총이 잘 보이도록 앞으로 돌려 허리에 차고 있다. 이 사진 중에서 홍 장군의 모습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졌으나 최 장군과 함께 찍은 사진은 반 교수가 처음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그는 “최 장군이 홍 장군과 함께 레닌에게서 권총과 군복을 선물 받았다면 그에 버금가는 독립군 대장으로 예우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련은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하자 이에 맞서 국제공산당(코민테른)을 앞세워 극동민족대회를 개최했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몽골 대표가 참석했다. ‘홍범도 일기’에 따르면 홍 장군은 당시 레닌을 접견한 뒤 권총 1자루와 금화 100루블, 레닌이 친필 서명한 ‘조선군 대장’ 증명서 등을 선물 받았다. 봉오동 전투는 홍 장군과 최 장군 등이 1920년 6월 7일 압록강을 건너 추격해오던 일본 정규군 대부대를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해 대승을 거둔 역사적 사건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