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요금 특례 할인 폐지, 탈원전 ‘국민 부담’ 시작일 뿐

원자력 발전단가는 액화천연가스(LNG)의 2분의 1,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원전 비중을 확 줄이는 묻지마 식 탈원전 정책을 펼치면서도 “임기 중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한국전력이 30일 의결한 전기요금 특례 할인 개편은 문 정부의 이 같은 공언이 허언(虛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편 내용을 보면 한전은 전기를 아껴 쓴 주택의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주택 절전할인을 내년 1월부터 종료하고, 전기차 충전 및 전통시장 할인도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182만 가구는 내년 1월부터 가구당 월평균 2000원의 전기요금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전은 나머지 8개 특례 할인도 일몰이 돌아오는 대로 모두 폐지키로 했다. 결국 연 1조 원이 넘는 감면 혜택이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더욱이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키로 해 전기요금 국민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조치도 미봉책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초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은 문 정부 들어 연간 영업적자가 1조5000억 원을 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번 대책은 배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늉으로 비칠 정도다. 본격적인 개편은 4월 총선 이후, 또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려는 조짐도 읽힌다. 탈원전 폭주가 계속될수록 한전 부실화는 심해지고 전기요금 인상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전기료 특례할인 폐지는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청구서의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