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違憲 공수처’ 야바위 통과…의회민주주의 弔鐘 울렸다

정치 세력이 헌법 질서와 취지를 거스르는 입법을 하면서, 총칼을 수단으로 활용하면 쿠데타가 되고, 다수결 시늉을 내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입법 쿠데타’로서 파시즘이나 볼셰비즘으로 흐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걱정을 해야 할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국회는 지난 70여 년 동안 이런 행태와의 투쟁 속에서도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위헌적(違憲的) 선거법에 이어 위헌 취지가 더 뚜렷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강행한 것은, 의회민주주의 역사에 조종(弔鐘)을 울린 것과 마찬가지다.

범여권이 과반을 앞세워 통과시킨 공수처법은 국가 형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위헌 요소가 뚜렷하다. 헌법에 근거도 없는 공수처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정보를 사전에 보고받고 통제한다는 것은 형사법 체계 전반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국회 임명동의도 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고, 이 공수처장은 헌법기관장들만 가지는 규칙 제정권을 가지고 조직·검사 채용의 권한을 가진다. 공수처를 ‘민변 검찰’이라고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직 고위공직자까지 수사 대상을 하는 공수처는 현재는 물론 대통령 퇴임 후에도 ‘정권 방어용’으로 수사를 무마할 수도 있는 것이다. 통과 과정도 온갖 편법과 협박·회유로 점철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법안이 아닌, 표결 직전에 독소조항을 넣은 법안을 올려 편법 처리한 것은 ‘사기 입법’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법 통과 전 주승용 국회 부의장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여당과 군소 정당의 야합체인 ‘4+1’은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구를 획정한다’는 합의서까지 만들어 이들의 지역구를 보장하는 일종의 매표(買票)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민주당의 조응천 의원은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윤호중 사무총장의 의원실 방문 이후 찬성으로 돌아섰고, 기권한 금태섭 의원에겐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국가 예산도 ‘회유용 떡고물’처럼 이용했다.

올 한 해 안보·경제·정치 모든 분야에서 국론 분열의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되레 국회를 향해 식물국회·동물국회라고 비난하면서 “볼썽 사나운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고 꾸짖었다. 국가서열 2위의 직전 국회의장 출신인 정세균 의원을 서열 5위의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정권 홍위병 같은 공수처까지 갖게 되니 국회가 아래로 보일 것이다. 이런 인식으론 3권분립도,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