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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0 신춘문예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2일(木)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독자의 하루를 돌아보게 한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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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심사위원 구효서(오른쪽)·조경란 작가가 본심 대상작을 놓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단편소설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총 10편 중, 심사위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논의한 응모작은 세 편이었다. ‘후에’는 스스로 오래 버텼다고 말하며 교직을 떠난 ‘엄마’라는 캐릭터가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엄마와 나, 친구 진후, 이렇게 셋이 금요일마다 생강떡볶이를 먹으며 한 시절을 보내는 소박한 시절에 대한 회상도. 극적인 상황들 없이도 어떤 작은 것으로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줄 안다는 점이 엿보이기도 했다.

‘유실물’은 개성으로만 보자면 가장 돋보이는 응모작이었다. 특히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힌 학생을 만나는 장면은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의도적으로 잠적한 K의 가방 안에 든 유실물이 꼭 딜도여야만 했을까?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사의 조롱과 딜도, 신체의 결함 등으로만 K의 연민과 의미를 말해주기에는 너무 단순한 상징과 구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 단편 전체에 드러난, 수염이 나서 면도를 하는 아내 캐릭터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소설은 독자에게 축복과 같다. 타인에 대한 시선과 연민을 놓치지 않고 또한 그것으로서 독자 자신의 하루를, 미래를 돌아보게 한다면 말이다. ‘축복’은 ‘달용이’라고 불리는 중국집 배달원들, 그 중에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일에 관해서라면 베테랑 격인 배용수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튼튼한 직장과 탄생을 앞둔 아이, 아주 좋아진 게 아니어도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점들 모두 축복일 것이다. 그리하여 “배달 가자”라는 마음으로 각자의 일터로 나갈 수 있는 매일 매일의 삶도. 다만 ‘축복’에서 달용이들이 축복받은 도시 W에서 일하는 용수 씨가 그런 이중적 주제를 아우를 만한 어떤 행동을 취했거나, 시간이 흐른 후 용수 씨를 거리에서 우연히 스친 화자가 그 시절을 회상하는 점이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두 사람만의 감정의 인과가 조금 더 쌓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소설적 의미와 인물들과 일터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축복’을 올해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

심사위원 구효서·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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