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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0 신춘문예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2일(木)
올해도 응모작 수준 고르게 높았지만 ‘슬픔의 윤리학’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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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서영채 서울대 교수가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평론 심사평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응모작의 수준은 고르게 높았다. 전체 15편 중 6편이 선자의 수중에 남았다. 이번에도 역시 하나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었던 임지훈 씨의 ‘슬픔의 윤리학’이 압권이라서 당선작은 어렵지 않게 결정됐다. 이 글을 가장 먼저 읽었다면 심사가 손쉬웠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임 씨는 제목처럼 슬픔이 지닌 윤리성에 대해 다룬다. 이를 위해 그는 이희형의 ‘예습’, 이은규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김행숙의 ‘잠들지 않는 귀’, 박준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소란의 ‘감상’ 등의 시편들과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를 소환한다. 이 땅의 한 시대가 목격해야 했던 광주, 용산, 세월호 같은 참사들이 딸려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로 우리가 집단적으로 겪어내야 했던 우울과 애도의 정동이 그 밑에 넘실거리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 이 글의 이채로움은, 이 글감들과 정동을 아우르는 벼리로 윤동주의 시 ‘팔복’을 선택했다는 점에 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라는 저주와도 같은 슬픔의 아이러니가 그 복판에 있다. 임 씨는 이를 우리 시대 아픔의 앞뒤에 배치함으로써, 윤동주와 그의 시대의 고통 속에 깃든 치 떨리는 아이러니로부터 슬픔 그 자체가 복이라는 통찰을 이끌어낸다. 그럼으로써 그는 슬픔만이 아니라 문학 자체의 윤리적 차원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통찰에 정채를 더하는 것은, 경어체의 문장에 실린 부드러운 호소력과 이론의 사용이 없어서 오히려 정연하고 간결해진 논리다. 이런 글이라면 스스로가 당선작이 되지 않을 수 없겠다.

김민교 씨의 ‘증언의 거처: 김숨론’과 유서현 씨의 ‘재현과 상상의 맹점지대, 편혜영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잘 읽었다는 말을 덧붙여두고 싶다. 김 씨의 김숨론은 의미 있는 글이지만 작년 당선작과 다루는 대상과 시선이 너무 겹쳐 문제였다. 유 씨의 편혜영론은 한 작가의 작품을 꼼꼼하고 조밀하게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다. 유 씨의 글이 당선작이 되지 못한 것은 너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앞으로도 좋은 글 꾸준히들 쓰시기 바란다.

심사위원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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