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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3일(金)
갓 잡은 생대구에 미나리 넣고 ‘팔팔’… 추위까지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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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대구탕’의 생대구탕. 고성 오대미로 지은 밥과 아바이순대, 코다리 회무침, 깻잎장, 가자미식해, 파래무침, 모시떡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 속초 ‘연말연시의 맛’ ②

- ‘황대구탕’
매일 수협서 생대구 입찰받아
맑은탕의 부드러운 살 ‘일품’

- ‘오색김밥’
두툼한 계란지단 ‘왕계란 김밥’
오믈렛 잘게부숴넣어 풍미 가득

- ‘백수씨 분식당’
일식집 수준의 ‘모둠튀김’ 감탄
창의적인 생연어 유부초밥까지

- ‘보미네 국수’
특제 고추장으로 만든 비빔국수
입안에 넣자마자 화사한맛 퍼져


강원 속초시 여행 둘째 날, 떠오르는 해를 맞으러 조양동 해안으로 나가 보았다. 이른 아침 해안 방향으로 걷는 이들 모두 해돋이를 보러 가는 모양이다. 그날 떠오르는 태양은 볼 수 없었으나 내겐 충분했다. 그날 그 시간 그 바다에 태양과 나는 함께 있었으므로. 2020년 새해를 맞아 모든 미식여행자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하며 속초여행 둘째 날을 정리한다.

해돋이 보러 바다에 나온 김에 아름다운 해안로를 걷기로 했다. 이름도 예쁜 ‘바다향기로’. 바다와 바위를 건너는 나무산책로를 통해 속초 시내 인근 바다를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해안로 산책의 마지막 경유지는 대형 호텔이었다. 아침부터 맛있는 음식 향이 산책하는 이들을 유혹했다. 배고픔이 밀려왔다.

생대구탕으로 유명한 ‘황대구탕’을 방문했다. 이곳의 황경휘 대표를 만났다. 서울에서 보일러 사업을 했던 황 대표는 1990년대 말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고향인 속초로 돌아와 대포항에 건어물 상회를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2002년 이곳을 오픈한 이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생대구의 입찰을 위해 속초 수협을 다니고 있습니다. 물량이 모자랄 때면 고성군 혹은 양양까지 가서 생대구를 확보합니다.”

▲  위부터 ‘백수씨 분식당’의 모둠튀김, ‘오색김밥’의 왕계란김밥, ‘보미네국수’의 비빔국수.
멋진 외관의 식당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부터 현재 위치는 아니었다고 한다. 건어물 상회를 했던 대포항 외옹치 항구 인근에서 척산온천 삼거리로 이전한 이후 현재의 자리로 옮긴 지는 4년 됐다. 이곳의 음식 맛이 소문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렸고 한정된 공간에서 손님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식사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자 황 대표는 현재의 현대식 단독 건축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강원도 비주거 건축부문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멋진 건물이다. 1층 식당 수용 인원만 160명, 2층에는 갤러리와 카페를 준비해 방문한 손님들이 통창을 통해 아름다운 인근 주변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탕을 주메뉴로 정했던 이유를 물었다.

“처음엔 생대구가 나오는지도 몰랐습니다. 양양 내수면사업소 사업으로 동해안 쪽으로 치어 방류 사업을 시작한 이후 대구는 동해안의 대표 생선이 됐습니다. 생대구의 치어를 방류할 때쯤 식당 문을 열었는데 물의 온도 차이에 따라 어획량의 차이는 있으나 지금은 1년 생산량이 거의 꾸준해 과거에는 매우 비쌌지만 지금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가격이 됐습니다.”

이곳은 생대구탕 외에도 밥이 맛있다. 고성 오대미로 그때그때 준비해 압력솥에 밥을 짓는다. 촉촉하면서 고슬고슬했다. 찬도 매우 훌륭했는데 두부조림, 아바이순대와 코다리 회무침, 깻잎장, 가자미식해, 파래무침, 처갓집인 영광에서 받아 사용하는 모시떡, 고등어조림, 김치와 버섯호박볶음 등이 함께 나왔다. 아바이순대와 코다리 회무침은 깻잎장에 싸먹으니 별미였다. 반찬에 밥만 즐겨도 충분한 만족도가 있었다. 생대구탕뿐만 아니라 물곰탕, 가자미조림, 황태해장국, 오징어순대 등 지역 특별한 음식은 모두 다 판매하고 있었는데 고객의 요청에 의해 판매하게 됐다고 한다. 황 대표에게 대구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물어봤다. “싱싱한 속초산 생대구는 살이 부드러워서 맑은탕으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끓기 시작하면 3∼4분 이후 불을 줄이고 미나리, 내장, 대구 살 순으로 즐기면 맛이 좋습니다.” 전날 밤에 술을 마셨다면 이곳이 아침 식사로 최고의 장소다.

1991년 강원도에서 가장 처음 ‘장칼국수’라는 음식을 개발해 개업한 ‘정든식당’을 방문했다. 밀가루를 반죽해 숙성시킨 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바로 반죽을 밀고 끓이기 때문에 주문 후 15분 이상 걸린다. 강릉에서 맛본 장칼국수보다 훨씬 장맛이 진했고 강했다. 김과 달걀을 풀어 담백함을 줬지만 다시 강한 맛에 이끌려 국물을 들이켜게 된다. 함께 제공되는 김치, 무생채, 청양고추도 매운맛이 만만치 않았는데 장칼국수에 청양고추를 넣어 즐기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음식을 즐길 때도 도전 정신을 발휘해보는 젊음이 부러웠다.

영랑호 인근에 ‘보광사’라는 사찰이 있어 방문했다. 지난 화재 때 이 사찰 바로 인근까지 불이 번졌음을 사찰 뒷산 나무들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때마침 동짓날이라 모든 방문자는 동지팥죽을 맛볼 수 있었다. 함께 맛보았던 사찰김치는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맛으로 깨끗하고 상큼하고 시원했다.

보너스 같은 동지팥죽에 감사하며 속초에서 유명한 ‘오색김밥’으로 향했다. 이곳의 박수정 사장은 10년 넘게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만드는 즉석 김밥집으로 김밥의 크기가 매우 컸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왕계란 김밥’이다. 속에 넣어주는 계란지단도 매우 두툼한데 여기에 계란 오믈렛을 잘게 부숴내어 또 넣어준다. 현재 10가지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데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우니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혹은 속초를 떠날 때 방문하면 좋겠다.

튀김과 독특한 분식이 맛있다는 ‘백수씨 분식당’이 위치한 수복로로 향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곳 대표는 속초에서 지내며 싱싱한 생선을 서울 식당으로 보내주면서 속초에 ‘백수씨 심야식당’을 차렸다. 장사가 잘됐고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인근에 다시 현재의 ‘백수씨 분식당’을 차려 고급지향 분식을 판매하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가 분식집이라기보다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스타일 멋진 요리사의 공들인 음식 ‘모둠튀김’의 맛은 거의 일식집 수준이다. 창의적인 메뉴 ‘생연어유부초밥’은 모양도 담음새도 예뻤다. 짜장떡볶이는 짜장 소스의 맛이 달지 않았다. 멋진 샹들리에가 있는 내부며 단체석이 구비돼 있어 별실은 속초를 방문하는 미식가들에게 의외의 기쁨을 줄 것이다.

비빔국수가 명물이라는 ‘보미네 국수’는 백수씨 분식당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 사장은 인근에서 장사하는 아들의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국수집을 열었다고 한다. 사연을 들으니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졌다. 대표메뉴는 비빔국수다.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머위, 근대, 당근, 연근 등을 태양에 말려 갈아 넣고 매실과 복분자 진액으로 감칠맛을 더한 고추장에 직접 짜낸 들기름으로 맛을 내 매콤달콤하다. 이곳의 국수 면도 매우 쫄깃했는데 밀가루, 콩가루, 감자전분, 치자로 반죽해서 숙성시켜 사용한다고 했다. 입안에 넣자마자 밝고 화사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졌다. 이후 밀려오는 매운맛도 좋았다. 계란말이 한 조각이 고명처럼 올라가 있는데 매울 때마다 한 입씩 잘라먹게 된다.

잔치국수의 육수로 사용되는 국물이 함께 나왔는데 멸치, 디포리, 무, 양파, 건새우,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내 맛이 진하고 구수했다. 간단하며 깊이 있는 어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바로 그 맛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라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정성스러운 국수 한 그릇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곳이었다.

▲  생연어 유부초밥

속초의 마지막 일정은 곤드레 돌솥밥으로 유명한 ‘수향’으로 향했다. 돌솥밥을 지을 때 검은 곤드레나물을 듬뿍 넣어 솥밥 뚜껑을 열면 돌솥밥 표면에 까만 곤드레나물이 가득했다. 직원이 곤드레나물솥밥 즐기는 법을 안내해 줬다.

“나물과 밥을, 뚜껑을 열자마자 섞지 말고 인원수대로 등분해 그대로 그릇에 옮겨놓은 다음 각자 양념장으로 섞어 드셔 보세요.”

일찍 섞지 말라는 설명이다. 곤드레나물의 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찬이 다양했는데 생선구이와 돼지고기 볶음 외에 다양한 나물과 무침 그리고 절임 등으로 구성된 상차림이 정갈하게 식욕을 자극했다. 또한 숙주, 고사리, 무나물과 함께 제공되는 양념장을 넣고 비빔밥으로 즐기면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밥은 고슬고슬하니 맛과 감촉이 좋았는데 식사 마지막에 즐기는 누룽지는 ‘바로 이 맛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배 속 편안함과 구수한 향이 품격 있는 맛을 선사했다. 속초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생대구탕으로 유명한 ‘황대구탕’(033-635-3989)은 속초시 노학동 746-76(관광로 374)에 위치해 있다. 생대구탕은 시가판매 하는데 요즘엔 1인 1만8000원에 판매한다. 과거 건어물 상회 경험을 살려 계산대 부근에 황태, 황태 채, 명란젓, 김, 나물종류를 판매한다. 참나물과 곤드레나물 1만 원. 속초양조장에서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깝다. 1층에서 식사 후 2층 갤러리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및 유자차 구매 시 50% 할인된다. 국내에서 장칼국수를 가장 먼저 소개한 ‘정든식당’(033-631-1287)은 동명동 번영로 105번길에 위치해 있다. 장칼국수, 흰칼국수, 장옹심이 국밥 모두 7000원, 잔치국수 4000원, 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에 문 열고 오후 7시에 문 닫는다. 하루 만드는 양이 소진되면 문을 닫으므로 오후부터는 전화확인 후 방문해야 한다. 큼직한 김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오색김밥’(033-631-0171)은 동해대로 3998에 위치해 있다. 식성에 따라 한 가지 종류만 넣어 달라고 부탁해도 만들어 준다. 내용 충실한 야채김밥 2500원, 대표메뉴 왕계란 김밥 3000원. 창의적인 분식을 제공하는 ‘백수씨 분식당’(033-638-5552)은 수복로 259번길 29에 위치해 있다. 채소와 새우 모둠튀김인 ‘분식당 튀김’은 6000원, 짜장떡볶이 5000원, 생연어유부초밥 개당 3000원. ‘속초 꼴뚜기 튀김’은 5000원. 매콤한 비빔국수가 유명한 ‘보미네 국수’(033-633-3204)는 동명동 450-138번지에 위치해 있다. 대표메뉴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모두 5000원. 곤드레 돌솥밥 전문식당 ‘수향’(033-632-1758)은 도리원3길 111(노학동, 속초소방서 옆)에 위치해 있다. 곤드레 돌솥정식 1인 1만3000원(2인 기준), 콩탕 돌솥밥 정식 1만3000원(3인 기준). 첫째·넷째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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