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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3일(金)
“필드서 인생의 희로애락 배워… 나는 행복한 보기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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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신림동 에이치 플러스 양지병원 진료실에서 한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받은 공로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철수 에이치 플러스 양지병원 이사장

병원 일에 쫓기다 연습량 부족
구력 35년에 베스트 81타 그쳐
홀인원 못하고 이글은 한 번뿐
드라이버는 180m 비거리 유지
18홀 걷기와 평소 근육운동 덕

KPGA선수 건강검진 4년째 맡아
PGA 더CJ컵 프로암서 우승도


김철수(76) 에이치 플러스 양지병원 이사장은 지금도 새벽 4시에 병원으로 출근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에이치 플러스 양지병원 진료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내과 전문의 김 이사장은 신림동 순대타운 근처에서 1975년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내와 함께 ‘김철수 내과, 김란희 산부인과’를 개원한 뒤 서울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5년 현재 위치로 확장 이전하더니 2013년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해 병원을 증축했다. 김 이사장은 병원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 지역 내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앞서가는 병원으로 자리잡았다. 김 이사장은 2006년부터 3년간 대한병원협회 회장을 비롯해 대한에이즈예방협회장, 항공우주의학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도 주 4일 환자진료를 맡고 있다. 이 병원에선 외래환자가 가장 많은 닥터로 꼽힌다. 김 이사장이 이처럼 새벽 출근을 고집하는 이유는 몸에 밴 습관도 크지만, 건강을 위해서다. 출근하면 3개 건물에 흩어진 병원을 10층까지 일일이 걸어다니며 현황을 파악한다. 약 2만6446㎡(8000여 평)에 달해 전체를 도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병원 현황도 알 수 있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운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오전 8시 30분 진료 시작 전까지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김 이사장은 “인생의 희로애락은 골프에서 경험하는 것과 많이 닮았다”면서 “골프를 통해 인생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기에 나는 행복한 보기 플레이어”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골프에 미련이 많은 듯 보였다. “골프에서 성취한 기록이 별로 없어 초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40세 되던 해 골프를 시작했다. 내과 개원의 시절부터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내와 함께 골프를 익혔다. 그는 “아내가 나보다 골프를 훨씬 더 잘한다”면서 “아내는 골프모임에서 우승을 도맡는 실력파”라고 자랑했다. 김 이사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81타. 평생 두 번 작성했다. 골프를 배운 지 10년이 지난 즈음이니 모두 20년 전 얘기다. 강원 속초의 설악플라자CC에서 81타를 친 뒤 용산 미8군 골프장에서 또다시 기록했다. 그는 몇 해 전 난생 처음 70대에 진입 기회를 맞는 듯했다. 스윙하면 원하는 곳으로 공이 떨어졌고, 퍼팅도 쏙쏙 들어가 전반에 39타였다. “오늘 대박 나겠다”라는 동반자들의 시기 섞인 응원을 받았지만, 후반에 처참하게 무너져 평소 타수에 그쳤다. 그는 이날 자신도 흠칫 놀랄 만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골프에 관한 한 욕심을 버렸다고 자부했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일순간에 깨져버린 것. 그는 “기대하는 순간 자화자찬에 빠져 ‘이제 공이 좀 맞는구나’ ‘골프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후반 홀에서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70대 스코어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마 욕심을 부렸다면 골프 실력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겠지만, 병원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엔 지름길이 없다’는 스코틀랜드의 격언처럼 늘 자신의 능력 안에서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이사장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최소 6개월 동안 연습장에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병원 일에 쫓기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시간에 쫓겨 연습을 못 했고, 주말에나 골프채를 잡다 보니 기량은 늘지 않았다. 한때 병원 옥상에 간이 연습장을 조성하고 직원들에게도 개방했지만 병원을 확장하면서 공간부족으로 연습장을 없앴다. 김 이사장은 “가끔 연습장을 가더라도 무작정 200∼300개씩 공을 치는 게 아니라 나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훈련했다. 하지만 단점을 보완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병원 임직원들에게 골프를 장려하기 위해 법인 회원권도 샀고 골프동호회도 구성해 한때 6팀까지 월례회를 유지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골프장에서 주로 걸어다닌다. 지난해 여름 대학 동창 부부 모임이 좋은 예. 그는 강원 용평CC와 알펜시아CC에서 하루 36홀을 모두 걸어 라운드했다. 만보기로 쟀더니 이날 18홀당 2만 보를 걸었다. 병원 내 등산 동호회에 가입해 가끔 젊은 직원들과 등산도 즐긴다. ‘걷기 마니아’라는 김 이사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이 지금도 드라이버로 평균 180m를 날리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골프 구력 35년을 넘겼지만 변변히 내세울 기록이 없어 아쉽다”면서 “경북 경주CC 라운드 도중 파 4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게 그대로 들어가 유일한 이글을 뽑아냈다”고 말했다. 몇 해 전 서울 노원구 태릉CC 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한 줄 알고 좋아했지만, 그린에 올라가 보니 그가 친 공은 핀을 맞고 홀 옆에 멈춰 있었다.

김 이사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최근 임기를 마친 양휘부 KPGA 회장이 취임할 때부터 4년간 KPGA 소속 프로들의 건강검진을 맡았고 대회를 후원했다. 이 덕분에 프로암대회에 여러 번 참석해 프로들과 라운드를 즐기기도 했고, 2년 전엔 나인브릿지제주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을 앞두고 열린 VIP 초청대회에선 우승의 기쁨도 안았다. 김 이사장은 “환자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환자의 질문에 많이 답하는 의사가 명의(名醫)”라면서 “환자도 의사와 친해져야 병이 빨리 낫는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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