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부동산 불패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종언

2020년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리든 올해도 부동산 문제가 국민 스트레스의 첫 번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 양극화 확대, 국지적 집값 상승 심화, 전셋값 불안,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요. 저금리 지속, 공급 촉진 정책보다 수요를 줄이려는 규제,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 유휴토지 절대 부족 등 지난해보다 나아질 리 없는 부동산 수급 구조 때문이지요. 여기에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가 아니었던 20·30세대가 부모 세대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답습한 것도 올해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입니다. 부동산이 돈이 되는 안전자산이라고 인식한 20·30세대의 부동산 학습효과는 지난해 내 집 마련에서 잘 나타났지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 주택 매입시장에서 20·30세대는 20% 초반에 그쳤으나 7월 이후 20% 후반을 넘어 10월에는 30%(31.2%)를 돌파했습니다. 20·30세대의 부동산 시장 적극 진입은 저축을 통한 자산 축적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지요. 하지만 젊은 층의 부동산 선호는 결국 국가 경제 활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지요.

올해가 부동산 불패의 새로운 시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요 억제 중심의 정부 주거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규제로 옥죄지 말고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인허가 전후의 단계를 줄이고 용적률의 과감한 확대, 고층 제한 철폐 등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 특히 젊은 층에 집값이 급등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심어주는 일이며, 부동산 시장 안정의 길이기 때문이지요. 젊은 층의 부동산 몰입은 한국 사회의 활력 저하는 물론 지속 가능한 한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젊은 층이 원하는 곳에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생활인프라도 조속히 구축해야 합니다. 젊은 층이 ‘집값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중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지방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서울로 몰리는 인구를 줄이는 것이죠. 부동산공화국, 불패 부동산 시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에 머물러 있는데 5만 달러 시대의 집값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는 없지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전에 부동산 시장 안정의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물론 앞으로 10년 후에도 한국 사회가 부동산 문제로 고민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올해 제대로 된 주거 로드맵을 실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