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동아일보 해직 뒤 25년간 ‘문지’ 대표 맡아 … 애착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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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 상임고문은…

스스로 교양시대 인문학자로 칭하는 그는 1965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공식적으로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얻는다.

때마침 문단은 황동규, 김승옥, 이청준, 김현, 백낙청 등 4·19세대로 문단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곧 자신과 함께 ‘문지 4K’로 불릴 김현, 김치수, 김주연 등을 친구이자 문학적 동료로 만난다. 잡지에 글을 쓰며 예비 비평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70년 김현의 발의로 계간 ‘문학과지성’을 간행한다. 신국판 212면, 정가 220원. 당시 그는 문학이라는 우회를 통해 비판의 자유를 이룰 수 있다는 바람을 품었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황인철 변호사가 매달 15만 원 정도의 원고료 지원을 맡았다.

언론 저항운동 중이던 1974년 이부영 등 후배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한국기자협회장을 맡고 이듬해 국제기자연맹에 보낸 보고서 때문에 남산에 연행됐다가 1주일 만에 풀려나면서 사퇴했다. 결국 1975년 10월 정식 해직되지만, 그는 돌아보면 그 뒤의 비평 행위도 시대에 대한 해석도 자신의 눈길은 거의 언제나 ‘기자적 시선’이었다고 했다. 몇 달간 실업 생활을 한 뒤 1975년 4K, 황 변호사와 함께 문학과지성사를 열고 25년간 대표를 맡아 숱한 명작과 명저를 만들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당대의 역할을 맡아온 그이지만 큰 목소리를 싫어하고, 연하의 사람에게 하대를 못하며 공공의 자리보다는 혼자의 시간에 익숙하다. 2000년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거의 모든 책의 교열을 직접 봤다. 그가 애착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쪽을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반어이면서 긍정이고, 양보절이면서 변증적 의지를 가진 말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이상의 세계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했다.

최현미 문화부장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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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경북 상주 출생 △대전 중·고등학교 △서울대 정치학과 △문학과지성사 대표(1975∼200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위원장 △ 평론집 ‘한국문단사’ ‘상황과 상상력’ ‘기억의 깊이’, 산문집 ‘지성과 반지성’ ‘문화와 반문화’ ‘조용한 걸음으로’ 등 △대한민국문화상, 팔봉비평문학상 등 △보관문화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