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역사 교과서 왜곡·오류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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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올해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새 한국사 검정(檢定)교과서 8종은 하나같이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편향성과 문제가 너무나 크고 많다. 전시본의 내용상 오류 중 대표적 경우는 1920∼1930년 쌀생산량 그래프의 연도별 생산량이 2 종에서 모두 틀린 것이다. 동학농민운동 부분에선 ‘고부 농민 봉기 발발 직전에 작성된 사발통문’이라고 서술해서 원본이 없는 것을 마치 원본인 것처럼 소개하는 등 교과서마다 각양각색이다.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 시안(試案) 자체가 문제투성이였기에 이런 참사는 능히 예상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대학가에 풍미한 철 지난 얘기들, 즉 NL민족해방론과 좌파 수정주의 역사관이 그대로 요약된 수준이다. 이 시안의 초안이 공개된 2018년 2월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했고, 말 잘하기로 유명한 이 총리도 대답을 잘 못 하고 쩔쩔매다가 결국 이 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총리가 승인 안 하면 정부 입장이 아니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초안과 최종 시안의 차이는 ‘6·25가 남침’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정도만 빼고 다른 것이 거의 없었다. 총리가 국회에서 식언(食言)을 했든지, 총리가 실세가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 아니겠는가. 며칠 후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이 총리의 의견을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을 보면 답은 자명하다.

‘6·25 남침’ 문구도 정말 집어넣기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교과서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남침 앞에 지저분한 허위 설명을 덧붙였다. 38선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분쟁 끝에 남침이 있었다는 내전론에 그냥 남침만 갖다 붙인 것이다. 6·25는 우발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스탈린·마오쩌둥(毛澤東)·김일성·박헌영이 치밀한 논의와 계획 후에 일으킨 전쟁임을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기준을 삭제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려는 국사학계와 친북좌파 세력이 그동안 기울인 끈질긴 노력의 결과다. 그 중심인물이 주진오 상명대 교수이고, 그는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이다. 그런 그도 2018년 2월 27일 국회 교육문화위에서의 답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임을 시인했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도 같은 오류를 주장했다가(한겨레신문, 2013.10.31) 필자의 재반박을 받았다.(강규형, 박태균 교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데일리안, 2013.11.4) 1948년 12월 12일의 유엔 결의안은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법적 관할권을 선거가 치러진 지역, 즉 38선 이남으로 한정했지만, 아울러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명시했다. 이것은 불변의 팩트다.

현 정부와 집권 세력, 좌익 세력, 그리고 ‘국사업자’들이라고 평가받는 국사학계의 역사 인식의 오류와 왜곡이 집대성된 이번 교과서들의 문제점은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벅차다.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해선 아예 다루지 않거나 그저 ‘사건’ ‘침몰’로 표현했고, 심지어 지학사 참고서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 침몰한 사건’이라고까지 왜곡했다. 더구나, 한국의 발전과 긍정적인 면은 최소화하고 부정적인 면을 유독 강조했다. 또한, 서술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 정권에 대해선 찬양 일변도로 지면을 대폭 할애해 교과서가 아닌 정권의 저질 선전·선동 팸플릿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결국, 이 교과서들은 역사상 최악의 교과서로 평가되는 악명 높은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2000년대 초반 발행)를 능가하는 한국사 교과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