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의 전교조 여부, 학기초 학부모가 알 수 있어야”

인헌고 사태 교육 토론회

“교육의 정치화로 일반고 위기
교사 정치발언 법적책임 필요”

교사의 정치적 편향 교육 논란을 일으킨 ‘인헌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교사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전교조 가입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자유법치센터 등 시민단체 4곳이 주관해 열린 ‘인헌고 사태를 통해 바라본 교육 정상화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이승은 씨는 토론문을 통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가르치는 교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초·중·고교 학기 초에 자녀의 담임교사가 전교조에 가입된 교사인지에 대해 알 권리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서울 관악구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의 내부 고발이 나온 시점은 대입 생활기록부 기입이 마감된 시기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교사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축소 혹은 폐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다.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도 토론문에서 ‘인헌고 사태’는 교육의 정치화로 인한 ‘일반고의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두 교수는 “전교조의 (사실상) 합법화에 더해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이념의 최전선에 섰던 대학교수들이 교육감으로 등장하고 교육의 정치화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도입한 ‘혁신학교’가 일반고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혁신학교가 일반고에 비해 자율권이 높고 예산이 많은 편이지만 학력 신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 같은 논란에도 전교조를 가맹조직으로 두고 있는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이 주축이 된 ‘국제노동기구(ILO)핵심협약 즉각 비준을 위한 긴급공동행동’은 이날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명시된 ‘ILO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확인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 구성을 비판하는 등 전교조 합법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이 아닌 통상 전문가로 패널이 구성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노동 문제로 비롯됐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상 문제’라는 점을 들어 “통상 전문가들이 나서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공동행동 측이 ILO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날을 세우는 것은 이번 기회에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이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만약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획득한다면 이들이 민주노총 산하의 조직으로 공식 집계되고, 이를 통해 최근 획득한 조합원 수 기준 ‘제1노총’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김수현·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