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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0일(金)
고소한 앙장구밥·쫀득한 말미잘매운탕… 입안에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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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장구밥(왼쪽), 말미잘 매운탕(오른쪽)

■ 소풍 가듯… 부산 기장 맛집

- 미청식당
자연산 성게알이 그릇 한가득
짜지 않은‘가자미찌개’도 인기

- 부자집
붕장어 육수의 ‘말미잘 매운탕’
해녀들 보양식으로 알려진 별미

- 김씨할매
소라·멍게·산낙지의 ‘해물모둠’
무쇠솥에 끓인‘전복죽’도 일품


모든 바다 똑같다 하지만 부산 기장군의 바다는 어느 하루도 잔잔한 날이 드물다고 한다. 지난여름 아쉽게 가보지 못해 겨울을 위해 남겨뒀던 기장의 바다는 그릇에 물 담아 놓은 듯 조용하고 평온했다. 새해의 모든 계획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같이 막힘이 없길 기원하며 당일 일정으로 기장에 다녀왔다.

한시도 아까울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새벽 부산행 첫 기차에 탔다. 각지에서 달려온 일행들과 부산역에서 만난 후 역을 나오니 오전 8시 10분. 어묵 한 꼬치씩 먹으며 속을 달랜 후 지하철로 약 40분을 달리니 기장 해안이 가까운 일광역에 도착했다. 기장까지 교외선 기차여행이라니. 날 좋은 날 바닷가 소풍하듯 기장 해안의 햇빛을 받으며 포근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성게알 비빔밥으로 유명한 ‘미청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기장 해안로로 이동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안과 해안도로가 인근해 있었고 새로 지은 건물이 깔끔해 보였다. 이전 위치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듯 새 건물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 이 식당에 아침을 즐기러 속속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창가 쪽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 됐다. 모두 따뜻한 햇살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우리도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고 이곳의 대표메뉴 ‘앙장구밥’과 ‘가자미찌개’를 주문했다. 성게알 비빔밥인 앙장구밥은 그릇에 담긴 밥 표면을 모두 덮을 정도로 푸짐한 양의 자연산 성게알이 김가루와 함께 덮여 있었고, 깨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밥을 살살 비비기 시작하자 고소한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처음에 성게알이 많이 덮여 있는 것을 보고 혹시 달걀노른자와 혼합됐는지 보게 됐다. 하지만 오로지 성게알 하나로만 맛을 냈다. 성게알과 참기름의 맛과 향의 궁합은 마치 잘 짜인 공식처럼 고소함과 비릿함의 어울림이 좋았다. 김에 싸 먹으니 훨씬 더 맛있었다.

▲  해물모둠

찬 또한 바다 향 가득한 것들로 차려졌다. 미역국, 멸치와 잣 볶음, 모자반 무침, 생미역과 배춧잎, 꽁치구이, 붕장어 껍질 묵, 김과 간장, 호박전, 버섯과 호박볶음 등이다. 특히 붕장어 껍질 묵은 생김새도 맛도 독특했다. 신선함의 원천은 역시 재료, 2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해녀들에게 물건을 받아 음식을 만드는 집이다.

이곳의 가자미찌개도 인기메뉴다. ‘용가자미’라 불리는 포항산 가자미를 사용해 만드는데 국물이 짜지 않고 게다가 걸쭉하지도 않아 이곳에서는 모두 공깃밥 하나 더 주문해 국물에 밥 말아 먹듯 가자미찌개의 국물을 즐긴다. 모두 든든한 아침을 즐겼다.

내친김에 조금 더 기장 깊숙이 이동했다. ‘말미잘매운탕’이 유명한 ‘부자집’이 위치한 문중리로 이동했다. 말미잘은 수육, 전, 볶음, 붕장어탕에 넣어 먹거나 매운탕으로 먹는 기장의 별미로 해녀들의 보양식으로 알려진 음식이다. 이곳 말미잘매운탕의 명성이 지역에 자자했다. 택시에 탄 후 식당 이름을 말하니 두 번 이상 묻지 않고 식당이 위치한 문중리 포구로 바로 달렸다. 그리고 기사의 난감해하는 얼굴표정. 부자집이 사용하던 가건물이 문을 닫은 것이다. 친절히 전화도 걸어주신다. 위치를 이전했다는 통화 내용에 안심한 일행은 택시기사의 설명으로 부자집의 명성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말미잘매운탕 잘하는 부자집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  홍합탕(위쪽), 전복죽(아래쪽)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왔던 주인장이 몸이 아파 몇 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며 말미잘매운탕의 독특하고 특별한 질감, 맛에 대해 전문가적인 체험담도 들려줬다. 택시기사 표현에 의하면 ‘바다의 십전대보탕’ ‘용봉탕’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부자집에 도착한 시간에 여사장은 반찬 만들기에 바빴다. 이곳은 지역 인근 회사의 점심 식사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어 매일 점심 식사 때마다 직원들을 위해 10가지 넘는 다양한 반찬을 내놓는다고 한다.

마침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일행은 방금 만들어 낸 윤기 자르르한 찬들을 담아내려 분주했다. 이 식당은 모든 것을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는 셀프서비스 식당이다. 꽤 규모가 큰 식당인데 사장 혼자서 일을 다 한다. 오랜 장사로 몸이 아파 포구의 가건물 식당을 정리했지만 두 달간 쉬니 일이 하고 싶어 다시 식당을 차렸다고 하니 식당업이 천직이다. 방금 만들어낸 맛깔스러운 찬이 나왔다. 얼갈이 배춧국, 연근 조림, 옛날 소시지 달걀 지짐, 코다리 조림, 빨간 김치, 백김치, 총각무 김치, 갓김치, 파김치, 깻잎 장아찌 등이다. 이 중 몇 가지는 모두 당일 아침에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메뉴 말미잘매운탕을 주문하고 말미잘이 보관돼 있는 주방 내 어항을 구경해 봤다. 분홍색의 신기한 바다생물 말미잘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이전에 봤어도 몰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맛을 보니 역시 ‘질감’. 붕장어 육수에 내는 말미잘매운탕은 독특한 식감으로 반하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쫄깃하고 쫀득한 식감이 가장 매력 포인트다. 이곳 사장의 말은 과거에는 붕장어가 주인공이었다면 요즘은 붕장어는 조연, 말미잘이 주연이라고 한다. 쫄깃한 식감에 반해 또 오게 될 것이라며 기장을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미식가들의 목록에 넣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장의 별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인근 기장 해변에 위치한 널찍하고 멋진 바다조망 야외 정원을 가진 카페에서 커피 한잔할 수 있었다. 요즘 기장의 ‘해맞이로’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바다조망 카페가 많아져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개중에는 주말에 입장조차 못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곳도 있지만 조용히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곳도 의외로 많다.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날씨지만 여행 당일 기장의 날씨는 따뜻한 봄이었다. 구름 하나 없는 푸른 바다를 보며 나는 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지난여름 잠시 방문했던 기장시장을 다시 찾았다. 기장의 특산물과 온갖 신선한 바다음식재료와 시장음식이 있으며 기장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곳으로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크기의 말미잘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보면 알 수 있다.” 수족관에 보관한 것보다 훨씬 몸집이 큰 것도 많았고 손님들에게 썰어서 파는 모습도 가판에서 볼 수 있었다. 기장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다.

해녀들이 잡은 신선한 해물을 즐기기로 한 일행은 인근 연화리 해녀촌으로 이동했다. 죽도 인근 마을로 24개의 가건물에 2개 이상의 휴대전화 번호를 간판 삼아 해녀들이 갓 잡아온 해산물을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이 중 ‘김씨할매’를 방문했다. 우선 손님이 앉자마자 받는 기본 상에는 큰 양푼에 홍합탕과 방금 썰어낸 채소들도 푸짐하고 해물모둠을 주문하면 전복, 소라, 멍게, 개불, 산낙지 등이 큰 쟁반에 작은 접시에 나뉘어 제공되는데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고 푸짐하다. 대·중·소 크기별로 있어 인원수에 따라 선택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훌륭했던 것은 무쇠솥에 바로 끓여주는 ‘전복죽’이다. 요즘 유명 관광지에 가보면 밥으로 만든 퍼진 죽을 먹을 확률이 점점 많아지는 데 반해 무쇠솥에 제공되는 이곳의 전복죽은 전복의 내장을 곱게 다져 넣은 진한 초록 빛깔이 검은 무쇠솥과 대조를 이루며 식욕을 자극했고 생쌀로 직접 만든 죽이라 퍼지지 않아 죽의 쌀알 느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최상품의 전복죽이다. 이곳의 전복죽을 먹다 보니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몸이 허할 때 즐겨 드시던 음식인데 누구에겐 육 고기가 그러하듯 외가에서는 전복이 최고의 보양식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성게알 비빔밥 ‘앙장구밥’으로 유명한 ‘미청식당’(051-721-7050)은 기장군 일광면 기장해안로 1303에 위치해 있다. 앙장구밥 1만5000원, 가자미찌개 1만5000원, 성게알미역국 1만2000원.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말미잘매운탕’으로 유명한 ‘부자집’(051-727-7534)은 일광면 일광로 700에 위치해 있다. 과거 운영했던 포구 근처는 문을 닫고 인근 큰길가로 이전했다. 전화한 후 방문할 것을 제안한다. 말미잘매운탕 1만5000원, 장어구이 1만5000원, 장어매운탕 1만 5000원.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니 아침 식사 하기 좋다.

해녀가 직접 따 올린 전복, 소라, 멍게, 개불, 산낙지 등으로 한상차림을 즐길 수 있는 ‘김씨할매’(010-3933-8141)는 연화1길 183(죽도섬 앞), 해녀촌에 위치해 있다. 해녀가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가성비 높게 즐길 수 있다. 무쇠솥에 바로 만들어주는 전복죽이 일품이다. 해물모둠 대 5만 원, 중 4만 원, 소 3만 원. 전복죽 2인 이상 주문 시 1인 1만 원.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본문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방문하기 좋은 몇 곳을 소개한다. 생선구이를 잘하는 ‘어촌밥상’(051-724-1342)은 연화리 222-2에 위치해 있다. 생선구이 정식 1만2000원, 갈치찌개·갈치구이 2만 원.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다. 기장에서 자연의 경치를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웨이브온커피’(051-727-1660)는 해맞이로 286에 위치해 있다. 브루잉 커피 70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이터널저니’(051-604-7222)는 기장해안로 268-31에 위치해 있다. 같은 단지 내에 아난티코브콘도, 힐튼호텔과 연결돼 있다. 1층에 북카페 및 복합공간이 있고 야외와 연결된 푸드코트에서 180도 수평에 가까운 바다를 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산책도 가능하며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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