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보복공격’ 파장>호르무즈, 청해부대 활용한 ‘우회 파병’ 가능성

고위당국자 “국민안전 최우선
청해부대 활동에 있는 내용”
정의용, 美서 파병요청 받은듯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히면서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 안전 보호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 차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8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잇따라 면담한 자리에서 유사한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이라크·이란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 안전 보호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와 이란의 지난 8일 이라크 미군기지 보복 공격 등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한 상태에서 직접적 파병보다는 아덴만 청해부대의 작전반경 확대 등 우회적 파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미국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을 더 강하게 요청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의용 실장이 참석한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날 자위대의 중동 파병 명령을 내린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 실장이 이번 방미 기간에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비건 부장관 등 ‘핵심 3인방’을 모두 면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한국에 호르무즈 파병 등 동맹 기여를 요구하는 미국 측의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실장과 비건 부장관이 북핵 문제뿐 아니라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일과 국제안보 이슈와 관련해 진행 중인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과의 면담에서 “한·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양국과 공유하고 있는 지지와 깊은 우정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 것도 한·일에 더 적극적인 기여를 요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