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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0일(金)
CES 2020 충격과 모빌리티·AI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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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1990년 5월, 신입 사원으로서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컴덱스(COMDEX)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맡았던 기조연설을 앞에서 듣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섰던 기억이 선연하다. 그때 그는 ‘손가락 끝에 정보(Information at every fingertip)’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대중화하기 전이니 당연히 조금 허황된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그 비전은 오늘의 모바일 기기 기반의 스마트 사회를 예견하는 계기가 됐다.

거의 30년이 지난 올해 초에는 가전전시회 ‘CES’(소비자 가전 쇼)가 화제가 되고 있다. CES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국제가전박람회(IFA)와 함께 3대 전자쇼로 불리는데, 컴덱스도 사라지고 독일 IT전시회 세빗(CEBIT)도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간 경계를 넘는 다양한 기업이 참가해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는 글로벌 무대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되어 10일 폐막되는 ‘CES 2020’에는 4500개가 넘는 기업이 전시에 참여했고, 17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관을 신청했으며, 1000명이 넘는 연사가 미래 기술의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CES 2020의 키워드를 단순화하면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로 요약된다. 5G와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빅데이터가 공급되고 이를 AI가 처리하는 추세 속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현실화하는 동향을 다양한 영역에 속한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IT 대기업이나 주요 중소기업들도 CES 2020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IT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나 일반인들의 참관도 늘었고, 언론인의 참관과 보도도 활발하다. 그런데도 CES에 참여하고 참관하는 우리의 모습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IT 기업들은 CES 2020에서도 트렌드 세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개인형 비행체 개념을, 삼성전자가 개인 맞춤형 돌봄을 수행하는 지능형 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른바 ‘차세대 대작(The next big thing)’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가전기업 소니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항공기업 델타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충격이 덜했다. 지금처럼 우리나라 IT 기업들이 스스로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지 못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제시한 트렌드를 수용해 그 안에서 점진적인 혁신을 달성하는 역할에 머무른다면 글로벌 IT 생태계의 진정한 맹주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CES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CEO나 일부 정치인이 대중 앞에 나서서 나름대로의 키워드나 비전을 제시했지만, 그 누구도 30년 전 컴덱스에서 빌 게이츠가 제시했던 ‘손가락 끝에 정보’처럼 패러다임을 바꾸는 비전을 제시하진 못했다. 우리 언론이 아닌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도 봉준호 감독이나 BTS처럼 세계를 향해 우리의 메시지를 설파할 수 있는 IT업계의 전도사를 가질 때가 됐다.

또한, CES 2020의 키워드인 AI와 모빌리티를 국내에서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마침 9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약간의 숨통이 틔었으나,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고 규제는 여전하다. 부디, CES 2020이 우리에게 부과한 과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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