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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프리즘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3일(月)
기후변화 ‘불벼락’ 맞은 뒤에야… 지구촌 ‘야생동물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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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2일 촬영된 비디오 화면에 호주 남부 쿠들리크리크에서 코알라 한 마리가 소방관이 주는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AP뉴시스

- 호주산불 계기로 본 동물보호

호주 산불로 1000만㏊ 피해
죽은 동물만 10억 마리 넘어
코알라는 ‘기능상 멸종’ 위기

동물단체들 구호캠페인 나서
세계 곳곳서 성금·동참 줄이어

식수 고갈시키는 낙타는 수난
원주민 피해줘 살처분 된서리


‘서핑의 황제’로 불리는 미국 서핑선수 켈리 슬레이터는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을 게재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산불을 피해 달아나던 한 어린 캥거루가 철조망에 걸린 채 그대로 타 죽은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게재 9일째인 13일 현재 무려 17만8000명의 ‘좋아요’를 받고 1만1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슬레이터는 사진과 함께 수많은 야생동물보호 및 기후변화 관련 단체의 주소를 함께 적어놓고는 “사진 한 장으로 두려움을 요약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기부 동참을 촉구했다. 이후 그는 별도의 글에서 “난 전문가가 아니지만 산불에 대한 잘못된 관리와 전반적으로 가뭄에 직면해 있는 수자원 상황이 이번 참사를 일으키는 데 관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산불이 진압되면 계속된 재난에서 중요한 교훈과 밝은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슬레이터가 공개한 캥거루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에 대한 구호와 온정의 손길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호주의 산불로 피해를 본 동물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후변화 방지나 동물보호를 위한 비정부기구(NGO)에는 수많은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이 관련 단체에 성금을 내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팬이 모금에 동참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더 극심해진 산불, 동물 멸종위기=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산불 피해 면적은 730만㏊를 넘어섰다. 아이슬란드 크기에 맞먹는 1000만㏊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남한 국토면적과 맞먹고 서울 면적의 166배가량 크기다. 현재까지 26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호주 보험당국은 산불 피해 청구액이 현재까지 7억 호주달러(약 56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해 봄에 해당하는 지난해 9월부터 초대형 산불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대개 호주에서는 늦여름(12월)에 산불 발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는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지고 35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까지 겹쳐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물 피해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포유류, 새, 파충류 약 4억8000만 마리 이상이 산불 영향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한 동물의 수가 10억 마리를 넘는다는 추정치도 있다.

▲  동물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쇼홀로븐 박쥐병원에 있는 새끼 여우박쥐들은 사람들이 짜온 소형 담요를 싸고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코알라 살리기 성금 쇄도, 한류 스타도 한몫=특히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의 경우 이번 산불의 가장 큰 피해동물로 언급되고 있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느릿느릿한 데다 주식인 유칼립투스 나무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화마의 위협에 쉽게 노출된 코알라는 야생에 서식하는 7만5000마리 중 3만3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전체의 3분의 2인 약 8000마리의 코알라가 불에 타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 생태학자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화재로 코알라가 ‘기능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도움 없이는 독자적으로 먹이를 찾거나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생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부터 민간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서 진행된 ‘산불에 고생한 목마른 코알라를 돕자’란 모금 캠페인에는 채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4만2000명 이상이 참가해 664만 호주달러(53억 원)를 모금했다. 이 같은 후원에는 한류 스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팬들이 대거 동참하는 선순환도 나오고 있다. 9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블랙핑크 제니가 포트맥쿼리코알라병원에 기부를 하는 ‘젠드기 코알라 프로젝트’ 등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BTS의 팬클럽 ‘아미(Army)’는 산불 예방 펀드에 1만8000달러를 기부했다. 슈퍼주니어의 팬덤 ELF는 NSW주의 화재방지 등에 대한 기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유대류 동물 위한 털실 짜기에 12만 명 동참=동물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단체에 대한 후원과 기후변화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기부 외에 최근에는 동물들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로 ‘뜨개질’이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호주에 근거지를 둔 ‘동물구조공예조합’은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40여 국가에서 약 12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캥거루, 주머니쥐, 코알라 등 호주의 동물들 상당수가 어린 시절을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보호받으며 생활하는 ‘유대류’인 점을 감안해 동물들이 성장할 때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인공 주머니’를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동물구조센터 관계자들은 또한 불에 탄 코알라의 발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벙어리장갑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물구조공예조합 회원인 앨리슨 루즈 크램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어린 박쥐들을 보호해줄 작은 담요(랩)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낙타 살처분 ‘된서리’=야생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외래종’인 낙타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이 먹기에도 모자란 음식과 식수를 고갈시키고 운전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호주의 낙타는 약 100만 마리로 추정돼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낙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호주 지방 당국자들은 덩치가 큰 낙타들이 가뜩이나 부족한 음식과 식수를 위협하고 기반시설을 훼손할 뿐 아니라 운전자들에게 위험을 야기하는 등 농촌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 환경 당국은 현재 1만 마리의 야생 낙타가 무리 지어 물을 찾고 있다고 보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5일간 살처분 작전이 실시된다.

이에 따르면 헬리콥터에 탄 전문 사냥꾼들이 낙타를 조준 사격해 낙타 개체 수를 줄일 예정이다. 리처드 킹 아난구 피트잔차라 얀쿠니트자트자라(APY) 지역 총괄매니저는 성명에서 “낙타가 물을 찾아다니면서 APY 지역 내에서 목축하는 원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해 이에 대한 즉각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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