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꿈 “44년만의 올림픽 메달, 우리 손으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자배구대표팀이 12일 태국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태국과의 결승전에서 이긴 뒤 한국배구연맹(KOVO)이 전달한 1억 원 포상금 증서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한국여자배구, 난적 태국 꺾고 도쿄행 티켓 확보

언니 이재영 18득점 공격 선도
동생 다영은 주전 세터로 활약
“꿈꾸던 무대 설 수 있어 기뻐”

배구국가대표 출신 모친 김경희
“오늘 공항 나가 칭찬해줘야죠
허리 아픈 재영이 몸관리 시급
세터 다영이는 경험 더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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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오른쪽)-다영(이상 24·현대건설·사진 왼쪽)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44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 어머니가 못 이뤘던 목표기에 자매는 더욱 이를 악문다.

언니 이재영과 동생 다영은 12일 밤(한국시간) 태국 나콘랏차시마의 꼬랏찻차이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예선 태국과의 결승전을 마치고 얼싸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은 태국을 3-0(25-22, 25-20, 25-20)으로 꺾고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레프트인 이재영(178㎝)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8득점을 올렸고, 세터 이다영(179㎝)은 공격을 지휘했다.

주포인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이 22득점을 쓸어담았고, 이재영이 뒤를 받쳐 부담감을 덜었다. 이재영이 부쩍 성장한 덕분에 대표팀은 김연경 의존도를 줄여 ‘토털 발리볼’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이다영은 안정적인 토스로 김연경, 이재영의 정확하고 힘 있는 공격에 밑거름이 됐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올림픽 동반 출전은 이번이 처음. 부상 등의 변수를 피한다면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호흡을 맞추게 된다. 둘은 고교생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동반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합작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언니 이재영만 참가했고,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엄마에게 메달이란 값진 선물을 드리겠다면서 이재영-다영 자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54) 씨는 1988 서울올림픽에 세터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지만, 최하위인 8위에 그쳤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3위를 차지,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수확했지만 그 뒤 올림픽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이재영은 태국을 꺾은 뒤 “후련하다”면서 “꼭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영은 허리와 발목을 다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 5경기에 빠짐없이 출장했고 60%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유지하며 모두 71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1위, 득점은 사나 안나쿨로바(카자흐스탄·78점)에 이어 2위. 서브 리시브 효율은 54.32%로 3위에 자리했다.

이재영은 “부상 선수가 많아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지만, 다들 참으면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다영은 “(주전 세터이기에) 무척 긴장했지만, 다 함께 힘을 합쳐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잡아 정말 기쁘다”면서 “올림픽 본선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김 씨는 이번 대회에서 자매가 실수를 저질러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속을 태웠으나 태국을 꺾은 뒤 활짝 웃었다. 김 씨는 “재영이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힘들어했고, 다영이는 국제대회 경험 부족으로 무척 긴장했었다”며 “둘 다 고비를 넘기고 제 몫을 다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올림픽 본선 진출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동안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 한 번도 마중을 나간 적이 없는데, 오늘(13일)은 공항에 나가 ‘장하다’ ‘잘했다’ ‘고생했다’고 재영이와 다영이를 칭찬해주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 씨는 “재영이는 욕심이 많기에 몸을 아끼지 않는데,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선 경기력 향상만큼 몸 관리를 철저해야 한다”면서 “(세터인) 다영이가 결승전에서 엄청 떠는 모습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발판삼아 성장한다면 도쿄올림픽에선 더 훌륭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