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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3일(月)
전혜진 “유방암 투병후 만난 ‘VIP’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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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배우 전혜진이 8일 서울 강남구 다이아만티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1.12.
SBS 드라마 ‘VIP’로 11년만에 복귀
유방암 5년만 완치···화장품 사업 도전


역시 원조는 달랐다. 탤런트 전혜진(50)은 1991년 미스코리아로 데뷔, 170㎝의 큰 키에 화려한 외모로 주목 받았다. 광고·드라마·예능물을 넘나들며 활약했지만, 2008년 결혼 후 휴식기를 가졌다. 요즘은 영화배우 이선균(45)의 부인인 전혜진(44), 이천희(41)의 부인 전혜진(32)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동명이인이라서 후배들을 관심있게 봐왔다”면서 “나이가 많아 원조 전혜진이라고 불러주는 것 같다”며 부끄러워했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드라마 ‘VIP’로 11년만에 복귀했다.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혜진은 대한그룹 셋째 딸이자 성운그룹의 둘째 며느리 ‘이명은’으로 분했다.

“결혼 후 첫 작품이라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이전에도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딱 내거다!’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작년 3월 하노이 여행 갔을 때 VIP 극본을 읽고 반했다. 마지막 작품인 ‘큰언니’(2008)는 시대극이라서 화장도 못하고 우는 신이 많았다. 오랜만에 복귀하는데 초라하게 나오고 싶지 않았다. 내 나이에 주인공 욕심을 부리기 보다 후배들을 뒷밤침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역을 맡고 싶었다. 어릴 때는 젊음 그 자체로 예쁘다면, 나이 들수록 나오는 성숙한 매력이 있으니까.”

여느 드라마 속 재벌 사모님과는 차별화됐다. 직접 스타일링과 메이크업까지 하며 캐릭터 연구에 몰입한 덕분이다. 미술을 전공해 어렸을 때부터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았다며 “자연스럽고 싶어서 평상시 내가 입는 옷을 입었다. 협찬 받은 옷 두 벌 빼곤 모두 소장품”이라고 귀띔했다. 극본을 보고 친구, 동생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의상을 준비했고 “다양한 액세서리로 화려하면서 우아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촬영할 때는 물론이고 오늘 메이크업도 직접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혜진은 명은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악역이라고 생각했지만,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짚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로도 명은을 꼽았다.

“남편이 차명계좌를 만들고 내연녀에 혼외자식까지 있지 않았느냐. 명은은 정략 결혼했지만 남편을 정말 사랑했다. 목숨보다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평생 꼬리표가 생겼으니 힘들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명은처럼 참고 사는 사모님들이 많을거다. ‘외제차 뒤에 앉았을 때는 보이지 않는 대가가 따른다’는 말이 공감됐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VIP 전단팀 사원 ‘온유리’(표예진)에게 와인 세례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줬다. 유리는 남편인 하 부사장의 내연내로 소문났지만, 사실 숨겨둔 딸이었다. ‘와인 한병으로 부족하다’면서 ‘정선’(장나라)과 합심해 복수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혜진은 ’할 때 제대로 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내가 강하게 해야 그 신이 산다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명은 입장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와인을 들이부었는데 촬영 끝나고는 미안하더라. 당시 흰 옷을 입어서 와인이 튈까봐 랩으로 온 몸을 다 감고 리허설했다. 카페트가 젖으면 안되니 방수 매트를 까는 등 스태프들도 많이 고생했다”고 한다.

“난 명은과 완전 다른 성격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만 비슷하다. 명은은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데, 평생 꼬리표 생기지 않았나. 남편이 한 번만 봐달라고 매달릴 때 내 눈이 떨렸는데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에 남편에게 ’아버지도 성운그룹 부사장 아닌 당신 필요없대. 이혼 허락했어. 이제야 내가 보이는구나‘라고 할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지만 꾹 참았다. 명은은 진짜 남편을 사랑해서 이혼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작품 출연 후 불륜이 어느정도 이해됐느냐고?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전혜진은 어느덧 데뷔한지 30년이 됐다. 드라마 ’여자의 시간‘(1991)을 시작으로 ’연인‘(1993) ’세남자 세여자‘(1994) ’딸부잣집‘(1994) ’장미와 콩나물‘(1999) ’제국의 아침‘(2002) ’노란 손수건‘(2003) ’큰 언니‘(2008) 등에서 활약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전혜진은 CTS ’열방을 향하여‘ CBS ’새롭게 하소서‘ ’주님의 식탁‘ 등 기독교 방송 MC도 맡았다.

공백기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둘째 언니가 2011년 7년간의 흉선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고, 두 명의 조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조카들의 학교에서 ’이모 엄마‘라고 불릴 정도다.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걱정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겼다”면서 “우리나라의 치열한 입시 경쟁도 실감했다. 조카 2명 모두 카투사로 복무 중인데, 바르게 자라서 뿌듯하다”고 했다.

2014년 12월 자신이 유방암 선고를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다행히 초기에 암이 발견됐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5년만인 지난해 12월 완치 판정도 받았다.

“방사선 치료만 서른 세번을 받았다. 수술 부위가 감염돼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통증이 심해 항생제도 엄청 맞았다”며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도 약은 먹고 있다. 여성들에게 중요한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차단하는 약이다. 이 호르몬이 많으면 유방암이 재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때 20대 대학생 등 어린 친구들도 암 투병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팠다. 힘을 주고 싶어서 유방암 카페에 글을 남기고 좋은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병욱 박사의 ’암을 손님처럼 대접하라‘는 책이 있다. 암은 친구처럼 같이 있는데, 얘보다 힘이 세지고 면역력이 강해지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하루종일 병원에서 치료받고 5년간 투병하면서 감사한 게 많아졌다. 내가 좋은 예가 돼 많은 사람들이 밝은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쇼호스트 정예선과 코스메틱 회사 ’지바힐즈‘를 설립, 브랜드 ’트록세덤‘ ’롤앤힐‘ 등을 론칭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암 투병을 하며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기피했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화장품을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마흔에 노산한 정예선도 이런 취지에 공감했고, 쇼호스트로 활동하며 다양한 브랜드를 접해 본 경험을 녹였다.

“주변에서 ’암 박사‘라고 부른다. 암을 공부하다 보니 화학적으로 어떤게 안 좋은지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건강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우리 제품은 전 성분이 1등급을 받을 만큼 안전하다. 정제수 대신 ’트록세루틴‘을 포함한 병풀추출물이 함유 돼 주름 개선과피부 항산화, 미백 등에 좋다. 특히 피부 시술 후 민감해졌을 때 바르면 효과가 크다. 절친한 영화배우 이정재,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에게 추천했는데 정말 좋아라한다”고 했다.

전혜진은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고 바랐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을 가장 좋아한다며 “얼굴에 한 번도 칼을 댄 적이 없다. 오십이 넘었는데 주름이 하나도 없으면 이상하지 않느냐. 잔 주름이 많아도 인생의 깊이가 있어 보여서 좋다”는 주의다.

“성형수술 해 예뻐지려고 발악해도 어려지겠느냐. 순리대로 나이에 맞게 곱게 늙고 싶다. 올해 VIP가 행운처럼 찾아 와 2020년에는 내가 어떻게 쓰일지 더욱 기대된다. 핵가족화 돼 드라마에서도 고모, 이모 등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느냐. 점점 40대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없어져 걱정이지만, 다음 작품은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세게 나왔으니 차기작에서는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따뜻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역 어디 없을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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