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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4일(火)
언제나 존댓말, 상대 말은 끊지않는 ‘젠틀맨’…‘아니다’ 판단땐 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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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8일 행안부 직장 동호회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세종시 방축천을 따라 걷던 도중 활짝 웃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몸에 밴 겸손함으로 ‘백봉신사상’ 3차례
朴정부땐 국민연금 이견…원칙 안굽히고 ‘사실상 결별’
직원들 의견 다 듣고 ‘오케스트라’처럼 조정
술 잘 못해 ‘허물없는 스킨십 부족’ 아쉬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언론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데 이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그가 오는 4월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해서다.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 장관은 지난해 3월 행안부 장관에 전격 발탁돼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탕평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진 장관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7년 정치에 입문해 제17대 총선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진출했고 제17대에서 20대까지 서울 용산구에서 내리 당선된 4선 의원이다. 법조인 출신의 4선 중진 의원, 보수·진보 두 진영에서 서로 다른 장관직을 수행한 흔치 않은 이력에 이어 총리 후보로까지 거명된 그의 행적으로 보면 일견 순탄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만만찮은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다. 국내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신사 의원 베스트 10’에 세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젠틀함이 몸에 배어 있는 진 장관. 그 속에 감춰진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강단 있는 리더십은 때론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진영’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게 중평이다.

◇강단 있고 소신 있는 원칙주의자 = 진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7월 2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당장 구체적인 합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와) 논의는 상당히 많이 했지만 합의된 건 없다”며 “시간을 두고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행안부와 실무 협의가 잘되고 있어 2020년 초 광장 재조성 공사가 순조롭게 착공될 것이라는 서울시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당일 통신·방송에 이어 다음 날 조간신문에까지 비중 있게 보도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진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여전히 합의할 부분이 남아 있고 주민 의견 청취 절차도 거쳐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합의가 다 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적 합의와 설득’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을 다시 조성하는 일과 같은 큰 사업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밀어붙이기보다는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장관의 평소 소신과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진 장관은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국민과 아직 합의가 안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에게 사업 진행의 타당성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전 공모 당선작을 토대로 지상을 비우고 지하를 채우는 광장 청사진을 발표했다. 설계에 따르면 정부서울청사 쪽 도로가 사라지고 광장에 편입되게 된다.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런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 청사 내 순환도로 폐쇄에 따라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지고, 청사경비대·방문안내실·어린이집 등 부속 건물 일체를 철거할 수밖에 없어 공공건물로서 기능을 상실한다는 이유였다.

진 장관의 원칙을 강조하는 소신 행보는 박근혜 정부 때도 큰 화제가 됐었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2005년 10개월여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박근혜 최측근’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불렸던 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복지 수장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에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설이 불거졌고, 전격 사퇴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했다. 청와대와의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연동 방식에 반대하는 개인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 스스로 사퇴한 것이다. 국무총리의 만류에도 업무 복귀를 거부한 진 장관은 “그동안 제가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양심의 문제다”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진 장관은 1997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별보좌역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른바 ‘차떼기당’ 사건을 겪으면서 과감히 이회창의 곁을 떠나기도 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 과묵한 성격이지만 소신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선을 긋는 강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돋보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 “혁신을 위한 새로운 발상과 과감한 시도는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여름휴가를 잘 보내고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바쁜 업무 가운데 쉼을 찾고, 창의적인 정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7월 장관 취임 100일을 맞아 행안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로, ‘쉬어야 혁신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진 장관은 온화한 외모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진 장관의 이 같은 스타일은 장관 취임 이후 행보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앞서 4월 8일 취임사에서 진 장관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정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유연하고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자의 가르침 중에 직이불사 광이불요(直而不肆 光而不燿)라는 말이 있다. 곧으나 너무 뻗대지 않고, 빛나나 빛내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라며 “자부심을 갖고 담대하게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어느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국민, 지방자치단체, 다른 부처를 대할 때에는 권위적이지 않은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10월 18일에는 직장 동호회원 30여 명과 방축천 등 세종호수길을 걸으면서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는 ‘워크 앤드 토크데이(Walk&Talk Day)’ 행사를 했다. 앞서 9월 20일에는 충북 진천 상신초를 깜짝 방문했다. 진 장관은 상신초 부근 횡단보도 앞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 신호 대기를 유도하는 노란 발자국 프린팅 행사에 참석한 뒤 이 학교 일일 교사로 나서 교통, 식품 안전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해 5월 이 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자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답장을 보내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손편지를 보낸 아이들을 잊지 않고 인연을 이어간 것이다.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의원생활을 시작한 진 장관은 양복에 ‘금배지’를 달지 않는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초선 의원으로 유일하게 정치부 기자들이 선정한 ‘2005년 올해의 신사 의원 베스트 10’으로 백봉신사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06년과 2012년에도 같은 상을 수상해 젠틀하고 일 잘하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직원들 ‘오케스트라 지휘자·경청 리더십’ 평가…“허물없는 스킨십은 부족” = “해박한 지식과 논거를 갖고 있지만 늘 겸손하며 실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다 들은 후 조정해서 결론을 내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보고를 받을 때 끼어들거나 말을 끊는 일이 전혀 없고 끝까지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대한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청 리더십’을 갖췄다” “순박하다 할 정도로 겸손하고 솔직담백하다. 오랜 정치 경험에도 권모술수라고는 손톱만큼도 안 보인다. 사람을 대할 때 계급, 나이, 빈부, 영향력 등과 관계없이 똑같이 대하고 존댓말을 사용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청렴하기로 유명했다고 들었는데,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업무의 중립성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일은 하지 않아 많이 놀랐다”….

행안부 직원들의 진 장관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행안부 대변인실의 한 직원은 “취임 이후 업무 스타일을 보면 장관님은 꽉 막힌 원칙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방적 지시가 없고 의견을 말할 때는 반드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향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이 행안부 수장에 오를 때도 주변에선 청와대에서 임명 발표가 난 뒤에야 비로소 알았을 만큼 진 장관은 진중하고 과묵한 스타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업무상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잘 나누는 편이다. 다만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는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술을 잘하지 못해 직원들과 허물없는 스킨십은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진 장관은 맥주 한두 잔만 마셔도 ‘과음’했다고 할 정도로 술과는 거리가 멀다. 행안부의 한 직원은 “장관님은 온화하고 얘기를 잘 들어주는 반면, 망가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정제된 언어만 쓰는 까닭에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장관님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젊은 2030 직원들은 소통할 기회가 적어 아쉽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  왼쪽부터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임지순 포항공대 석학교수,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

■ 진영 장관의 인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를 거쳐 17대 국회부터 내리 4선에 성공한 중진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행안부 장관에 올랐다.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거치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을 즐겨 읽고 토론을 좋아하는 ‘학구파’다. 진 장관과 밀접한 인물들이 모두 내로라하는 현직 교수이거나 교수 출신인 점은 그의 학구적인 성향을 오롯이 반영한다. 정치학, 경제학, 물리학, 환경 등 분야의 권위자들과 자주 토론을 하며 쌓은 내공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 : 70
학력 : 서울대 법학과/워싱턴주립대 법학 석사
이력 : △사법시험 합격(17회)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제17∼20대 국회의원 △제19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복지부 장관 △행안부 장관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진 장관이 스승 중의 스승으로 생각할 만큼 존경하는 인물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공부 모임을 통해 알게 됐으며, 정치하면서 더 가까이 알게 돼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진 장관은 “정치하는 분들에게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현실 참여를 거부하고 학문에 전념한 학자적 소신이 있는 훌륭한 분”이라고 말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 집필한 진 교수의 많은 저서를 통해 큰 가르침을 받았으며 항상 여러 면에서 가르침을 주는 ‘참 스승’이라고 전한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진 장관과 함께 초선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숙명여대 교수와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회장은 과학 및 환경 분야 전문가로 진 장관이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을 맡았을 때 이 모임의 이사직을 맡으며 환경운동을 함께했다. ‘용산공원을 지키는 모임’을 통해 용산공원 지키기에도 앞장섰다. 진 장관이 환경이나 과학 분야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최근 펴낸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를 진 장관이 사서 숙독했음은 물론이다.



임지순 포항공대 석학교수

진 장관과 경기고 동창으로 학창 시절 주변으로부터 이미 천재로 인정받았다. 진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임 교수일 것으로 생각하고, 만나면 어김없이 ‘언제 노벨상 받냐’고 물어보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의 노벨물리학상 최초 수상자로 가장 유력한 천재”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끌어나가는 희망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자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한국외대 경제학부에 몸담고 있다. 박 교수는 올해 62세로 진 장관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지만 진 장관이 “막역한 친구 사이이며 현재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책을 워낙 많이 읽고 해박해, 진 장관이 바쁜 일정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서 세계적 이슈와 국내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다.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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