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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4일(火)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 아냐… 한국영화 역사의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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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 후보 ‘6개 부문’… 봉준호감독 NYT 인터뷰

“사회자 우리이름 정확히 발음
아카데미 매우 사려 깊단 생각
한국 언론 모두들 흥분된 상태
국가적 축제 분위기로 느껴져

알람 맞춰 일어나 생중계 들어
아이스크림으로 조용히 자축”


“아카데미 소식이 기쁘면서도 당황스럽다. 만약 지금 발을 잘못 디디면 꿈에서 깨어나 ‘기생충’ 크랭크 인 하루 전으로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아카데미(오스카)가 최종 후보를 발표하던 13일 새벽(현지시간) 봉준호(사진) 감독은 미리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일어나 와이파이로 스트리밍 생중계를 시청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와 흑인 여배우 잇사 레이가 순식간에 24개 부문의 후보를 호명했는데 ‘기생충’이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보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봉 감독은 아이스크림으로 조용히 자축했다.

▲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발표 후 ‘기생충’ 배우와 스태프가 6개의 손가락을 펴며 기뻐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공동각본가인 한진원 작가, 양진모 편집기사, 배우 송강호,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대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이하준 미술감독. 뒷줄 맨 왼쪽은 최성재 통역사, 맨 오른쪽은 최윤희 CJ ENM 해외팀장. 곽신애 대표 페이스북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뒤 뉴욕타임스는 봉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존 조가) 우리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데미가 매우 사려 깊다고 생각했다”면서 “내 감정을 어디에 비교하고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 엄청난 일이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은 한국영화 100년 사상 처음이다. 봉 감독은 “영화 제작자들이 사회나 국가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꿈과 욕망을 위해 만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한국영화가 오스카에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 언론이 모두 흥분된 상태다. 국가적 축제 분위기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결과에 대해 봉 감독은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 영화를 나 혼자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행복하다. 나와 함께 이 영화 제작과 캠페인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영화가 엄청난 변화의 시점에 왔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기생충’이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 그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의 역사는 길다. ‘기생충’은 그 과정 중의 하나이고, 역사의 연장선”이라며 “한국영화가 이렇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이고 쌓여 지금의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 한 편에 다양한 계층의 시각을 담은 비결에 대해서는 ‘몰입’을 꼽았다. 봉 감독은 “나는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면서 육체적으로나 본능적으로 푹 빠져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2시간 후에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준 논쟁적인 메시지에 충격을 받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되길 원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영어권 영화의 성장에 대해서는 “미국과 전 세계 영화 팬들이 외국어영화, 혼성 문화에 더 마음을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생충’이 그걸 방증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배우 송강호가 후보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지만 이번 경험이 한국영화에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잘 완주하겠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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