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로스쿨 졸업후 5년내 5번만 응시…“변시낭인 방지” vs “직업선택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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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논란…왜?

작년까지 ‘5탈자’ 총 678명 달해…군복무때만 예외로 인정돼 출산 등 예외사유 확대 주장도
2016년 헌재 ‘합헌’ 결정에도 갈등은 여전… 국회 등서 공론화 필요

지난 1월 7일 충남대 백마교양교육관 제9회 변호사 시험(변시) 고사장. 로스쿨 4기로 2015년 2월 졸업한 한 수험생이 고사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입구에서 경찰에 의해 출입이 저지됐다. 그는 응시원서 접수 후 번호까지 발부받았는데, 변호사법 제7조에 따른 ‘5년 내 5회’ 응시제한 대상임이 뒤늦게 밝혀져 쫓겨난 것이다.

1월 7일부터 11일까지 법무부가 주관하는 제9회 변시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총 6개 권역에서 실시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변시 응시인원은 2016년 2864명, 2017년 3110명, 2018년 3240명, 지난 해 3330명이었으며 올해는 3592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5번을 끝으로 법조인의 꿈을 접은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14년 로스쿨 3기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김모(48) 씨는 결혼과 집안 사정 등으로 30대 후반 로스쿨에 입학해 42세에 시험을 봤다. 김 씨는 2015년 4회 변시 때부터 지난 해까지 5년간 5차례에 걸쳐 변시에 응시했으나 올해부터는 시험에 응시 자격이 없는 소위 ‘오탈자(五脫者)’가 됐다. 김 씨는 “법에 대해 하나도 몰라 사회생활을 하며 피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며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법 관련 일을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이젠 시험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로스쿨 2기 출신인 이모(여·38) 씨는 2015년부터 지난 해까지 매해 빠짐없이 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했고, 이제는 시험을 볼 수 없다. 이 씨는 “학교를 다니고 시험에 응시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게 돼 수험 기간이 끝나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며 “사무 보조, 학원 카메라 촬영, 초등학생 보습 학원 보조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로스쿨 학자금 대출과 이자도 다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지난 5년간 4개월 동안 일하고 6∼8개월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삶이 계속됐다”며 “학교를 다니거나 시험을 보다 집안이 어려워지거나 교통사고, 불치병을 겪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개별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로스쿨 시험을 규정에 따라 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 7조는 변시 응시 조건을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5년 내 5회까지만 응시하도록 규정해 응시 기간과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만 예외 기간을 두어 시험을 미룰 수 있다. 김 씨와 이 씨처럼 5차례 이상 시험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법조계에서 ‘5번 탈락했다’는 뜻의 ‘오탈자’로 불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오탈자’가 처음 생겨난 2016년 5회 시험부터 최근까지 오탈자들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6년(5회) 108명, 2017년(6회) 173명, 2018년(7회) 160명, 지난해(8회) 237명으로 최근까지 총 678명에 달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9회 변호사 시험 응시생들이 지난 8일 연세대 백양관 고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탈 제도를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이 규정이 ‘직업선택의 시기’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변시는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단 1회도 응시하지 않았어도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중병에 걸리고 치료 시기를 놓쳐 세상을 떠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돼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변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하면 시험 준비 기간이 더 길어진다. 이 때문에 한 번, 한 번의 시험기회가 중요한 로스쿨 졸업자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매년 시험을 봐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시험을 치른다. 변호사는 개업 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며 살아가는 자영업자와 가까운데 왜 진입장벽을 두어 기회 자체를 막느냐고 항변한다. 이들은 학력제한을 하는 의사나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에게도 응시 기회 제한은 없는데 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시 준비생의 평등권을 침해하느냐고도 말한다.

또한 응시 기간 제한의 유일한 예외 사유로 병역의무 이행기간만 인정되고 있는데 남성에게 병역을 예외로 해 주듯 여성의 임신과 출산, 천재지변이나 불의의 사고·질병 등 예외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변시를 다시 치르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재입학해야 하지만, 그 길을 포기하더라도 ‘오탈’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점도 오탈자들이 짊어져야 할 정신적 짐이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김정환 변호사는 현재 오탈자 12명에 대한 헌법소원 소송을 법률 대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심각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도입 당시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수용된 제도였다”며 “법률시장에서 변호사 숫자와 관련된 일반적인 논리에 매몰돼 논쟁을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응시 제한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오탈 제도 유지론도 법조계와 학계에 존재한다. “5번 정도면 합격하기에 충분한 기회를 줬다”는 논리다. 이들은 시험에만 매몰되는 ‘변시 낭인’을 막기 위해서라도 응시 기간과 횟수 등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로스쿨 도입과 법률 시장 개방 등으로 변호사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데 응시 제한마저 두지 않는다면 너도나도 변호사가 되려 해 업계의 ‘포화’ 상태가 가속화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앞서 지난 해 12월 한양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정민 변호사가 대한변협 3만 번째 등록자가 됐다. 변호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돼 1호 변호사가 탄생한 1906년 이후 114년 만에 우리나라는 ‘변호사 3만 명 시대’로 진입했다. 2006년 등록변호사 1만 명에 도달하기까지는 100년이 걸렸지만 로스쿨 도입 등으로 법조인 수가 급격히 증가해 불과 8년 만인 2014년 2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했고, 다시 5년 만에 3만 명을 돌파했다. 과거에 비해 사건은 줄어드는데 변호사가 넘쳐나면 사건을 수임하기가 쉽지 않다는 여론도 공공연하게 있다. 또한 로스쿨 재학생과 변시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응시 제한을 두어야 누적 응시자들이 줄어 경쟁자가 하나 더 없어진다”는 이해타산의 관점도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변호사시험법 제7조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변호사 시험에 무제한 응시해 발생하는 인력 낭비와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 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불이익보다 중대하다’며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한 헌재는 ‘의사, 약사 등 다른 자격시험에서는 변호사 시험과 달리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의 심각성 등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판시했다. 헌재는 2018년 제기된 헌법소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렸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5년 5회 응시제한의 완화 또는 폐지 여부는 현행법의 취지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출산, 중대한 질병 등과 같은 사유가 발생했을 때 응시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도록 입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인사는 “수험생활이 막연하게 길다고 합격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변시 낭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응시 자격 기준을 모두 풀어줄 수는 없다”면서 “오탈 제도는 결국 국가가 개인의 삶과 선택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것이냐는 가치 논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와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가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