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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Interview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7일(金)
1600대1 뚫고 나사 우주비행사 선발된 ‘조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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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니 김 박사가 우주 유영 훈련을 위해 나사(미 항공우주국) 중립부력실험실(NBL)에서 입수를 준비하고 있다. 나사 제공

“학교 무도회도 못간 소심한 소년이었는데…
이젠 어떤 장벽도 넘을 수 있단 자신감 생겨”

네이비실 입대 뒤 인생 바뀌어
생각보다 훨씬 큰 나 자신 발견

이라크서 총상 입은 전우 보며
의사 되기로 결심 하버드 진학

우주인 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 영감 줄 수 있기때문

여기까지 온 건 혼자 힘 아냐
달 가면 사랑의 메시지 보낼것


“앞에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 있더라도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부수고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인생에서 맞이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꿔줍니다. 동료가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네이비실에서 얻은 경험이 우주비행사 훈련을 마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나사(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에 선발된 조니 김(35) 박사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네이비실과 의사에 이어 우주비행사로 이어진 자신의 도전을 한 단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박사는 지난 2017년 16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달과 화성을 탐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수행할 미국인 예비우주비행사 11명 중 1명으로 선발됐다. 김 박사는 10일 미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스페이스센터에서 2년간의 나사 기초훈련 수료식을 가졌다.

“훈련이 끝나 정말 기쁘다. 2024년에 달에 가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분된다. 이 훈련이 끝나기까지 나를 도와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달에 가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나 혼자만의 힘 때문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도와준 덕분이다. 누구도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달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천 명의 노력과 사랑, 지원이 모여야 한다.”

미국 최정예 부대로 불리는 네이비실로 근무하며 100차례가 넘는 전투에 참여했던 김 박사지만 우주비행사 기초훈련 과정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훈련 중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는 훈련은 유타 캐니언랜즈에서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이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 줄을 타고 어두운 협곡을 내려가야 했다. 또 진흙탕과 바위, 장애물들이 막고 있는 곳을 뚫고 나가야 했다. 몇몇 지형은 잠수해서 지나가야만 할 정도였다. 정말 춥고, 힘들고, 고달픈 훈련이었다. 팀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돕고, 체온을 나누며 견뎌냈다. 그러한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과 경험이 우리 팀원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힘들었지만 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순간이었다.”

어린이라면 한 번쯤 꿈꿔 봤을 만한 직업인 네이비실, 의사, 우주비행사라는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남모르는 사정이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뒀을 때만 해도 무엇이 되겠다는 꿈이 없었다고 한다. 미국 땅에서 태어난, 왜소한 체격에 말수가 없는, 한국계 미국인 소년이었을 뿐이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은 내게 매우 힘든 시기였다.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학교 무도회에도 참석한 적이 없고, 여러 일에 겁내는 아이였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네이비실에 대해 들었다. 그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네이비실에 찾아가 입대했다.”

입대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완강히 반대했지만 김 박사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김 박사의 인생은 네이비실 입대와 함께 완전히 바뀌었다. 소극적인 데다 정체성을 찾지 못한 소년은 이제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군인으로 성장했다.

“네이비실에 입대한 결정은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결정이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됐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어 있던 소년의 내면에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나 자신을 찾았다. 나는 그러한 것이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 내면에 있는 커다란 자기 자신을 찾게 도와준다면 그건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또 네이비실로 쌓은 경험은 내가 겪는 모든 일에 도움이 되고 있다. 내 인생 전체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자신의 의지로 돌파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경험은 인생에서 맞닥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킨다.”


저격병이면서 의무병으로 네이비실에서 복무하던 김 박사의 인생은 2006년 이라크 파병을 기점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친한 전우 2명을 잃으면서 의무병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본격적인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소대 의무병이었다. 군인 생활 시작부터 약품과 같이한 셈이다. 의무병으로서 총상을 입거나 급조폭발물(IED)에 부상당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임무 중 하나였다. 내 전우들뿐 아니라 시민들, 어떤 때는 적까지 돌봤다. 부상당한 이들을 돌보는 일이 나에게 힘을 줬다. 의사들이 생명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의무 실력을 좀 더 높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던 중 이라크 라마디에서 친한 전우 2명이 총에 맞았다. 그중 1명을 내가 돌봤는데 피가 기도를 막지 않게 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극도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서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네이비실로서 해오던 의무병의 단계를 하나 더 높인 거다. 내가 걸어온 길을 180도 바꾼 건 아니다.”

김 박사는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뒤에는 우주비행사라는 전혀 다른 길에 또 도전했다. 김 박사는 우주비행사를 하버드대 의대를 다닐 때에야 꿈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의대를 다닐 때 스콧 패러진스키라는 우주비행사를 만났다. 그도 역시 의사로 응급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우주비행사와 우주 탐사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주에 국가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많다는 점도 알게 됐다. 특히 나사와 우주비행사들이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정말 좋았다. 그 말이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결정한 데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 미국 어린이뿐 아니라 세계 모든 어린이가 큰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가게 해줄 수 있는 일, 이런 점이 내가 우주인이 되기를 원한 가장 큰 이유다.”

우주비행사 기초훈련을 마친 김 박사와 동료들은 2024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달에 우주인을 다시 보내고 화성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다. 김 박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를 위한 추가적인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사가 오가는 전장을 겪은 김 박사에게도 우주비행은 생명을 건 도전이다.

“전장 상황은 힘들고 위험하다. 우주비행 역시 위험하고 어렵다. 다만 중요한 점은 나사에서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기술적 위험을 줄이고, 로켓의 기본 단계부터 모든 부품을 점검한다. 최고의 비행 교관, 비행 통제관과 함께 위험을 줄여 나간다. 또한 최고의 훈련,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 훈련을 통해 위험을 줄여 나간다. 우주비행에도 전장에서처럼 위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한 한 위험을 많이 줄이고 있다.”

김 박사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의 조언은 우주비행사뿐 아니라 다른 일을 꿈꾸는 아이들에게도 통할 메시지였다. 꿈 없던 소년이 스스로 몸으로 보여준 성과이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열정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좋은 후보생은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항상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또 학교 졸업 후 현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좋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 분야, STEM(Science(과학)·Technology(기술)·Engineering(기계공학)·Math(수학))을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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