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싱글맘에 프러포즈 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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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현(29)·전예희(여·29) 부부

“예희야. 네가 이혼녀인 거, 아이가 있는 거 난 상관없어. 너랑 같이 늙어가고 싶어. 결혼해줘.” 백현이의 고백을 듣자마자 제(예희)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21세에 결혼, 22세에 출산과 이혼. 그동안 제 삶은 굴곡이 심했습니다. 삶에 좌절했고 모든 걸 홀로 감당하며 버텨 냈습니다.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대인기피증이 생겼죠. 그런 제게 중학교 2학년 때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 100일간의 짧은 연애를 한 뒤 헤어졌던 백현이. “잘 지내?”라고 연락하는 백현이는 제게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현실에 지쳐 버거울 때마다 백현이를 만나면 전 ‘인간 전예희’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백현이가 그리워지더군요. 결혼에 이혼까지 한 제가 미혼인 백현이를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한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용기를 내서 연락하자, 백현이는 절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사랑을 다시 시작했어요.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날, 전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백현이는 다시 만난 날 ‘영원한 첫사랑인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고 해요. 돌싱에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제 입장에선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고민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안고 갈 용기를 내다니, 정말 고맙더라고요.

백현이는 여덟 살인 제 딸아이를 가슴으로 낳아줬어요. 초등학교 1학년이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인데, 혹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이 많았죠. 백현이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묵묵히 아이 곁에 있어 줬죠. 그런 한결같음 덕인지 아이는 마음을 열었어요. 지난해 8월 결혼식을 올린 날, 백현이를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죠. 그렇게 저희는 진짜 가족이 됐어요. 29세라는 나이에 저와 딸을 품어준 이 사람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그런 저희에게 선물이 찾아왔어요. 다음 달이면 둘째 딸이 태어납니다. 친구 같은 엄마 아빠가 돼 두 딸을 지켜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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