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며칠 만에 신문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사 써야

1960년대 초,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다. 어느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 다른 과목 선생님이 대리 수업을 맡았다. 그 선생님은 우리 주변의 일반상식 중에서 모르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좋으니 질문하라고 하셨다. 한 학생이 “선생님, ‘활강’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활강’이라고 썼지만 앞뒤 맥락 없이 달랑 그 단어만 물어서인지 ‘모르는 게 없는’ 선생님도 제대로 답변을 못 하셨다. 동창 모임에서 그 질문을 했던 친구에게 당시 얘기를 했더니 기억이 안 난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우연히 신문 기사 제목에서 겨울철 스키 종목의 하나인 ‘활강’ 경기를 본 듯하다.

요즈음 들어 학생의 질문에 답변을 못한 그 선생님이 생각난다. 가정사, 여행 등으로 사나흘 만에 신문을 펼쳐 보면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고래고기’ ‘동물국회’ 등 축약된 단어로 설명하는 제목과 기사가 많다. 특히 청와대 선거 개입, 감찰 무마 의혹 기사가 쏟아지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 매일 신문을 보지 못하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먼저 쓰고 제목을 달아줬으면 한다.

노청한·서울 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