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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7일(金)
판문점·평양선언 사기극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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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北 체제소멸 다룬 영화 ‘백두산’
미얀마 군부도 나지스에 백기
北 새로운 길은 核 굳히기 선언

핵 용인이냐 폐기냐 갈림길서
文정부 대북 억지력 강화하며
동맹과 제재·압박 공조해야


영화 ‘백두산’이 개봉 20여 일 만에 관객 800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백두산 연쇄 폭발로 한반도가 재난에 빠지는 상황에서 남북 요원이 공조해 위기를 막아낸 뒤 한반도재건위원회가 구성된다는 게 줄거리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 폭파를 이용한 백두산 마그마 무력화 작전은 황당해 보이지만, 북핵 위기 상황에서 백두산 화산과 북한 ICBM을 소재로 삼은 것은 신선하다. ‘한반도판 재난 영화’ ‘북한 주인공을 미화한 일종의 북뽕’이라는 비판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이라는 상징성에 스크린을 압도하는 컴퓨터그래픽 영상 덕분에 흥행을 누리는 듯하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이 백두산 1차 폭발로 쑥대밭이 된 북한을 보면서 “나라가 망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독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철옹성 같았던 3대 세습체제가 대재난으로 단숨에 무너진 데 대한 북한 엘리트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얼마 전 정부 인사와 북한 문제에 대해 토론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유지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여기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 개혁·개방이나 자발적 핵 포기는 어렵고 영변 원자로 사고나 미얀마의 군부 집단지도 체제를 해체시킨 사이클론 나지스 급의 자연재해가 닥쳐야 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백두산’은 이 가설의 영화적 증명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포기 후 경제에 집중하는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전제하에 미·북 대화를 주선하며 남북대화에 나섰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와 국립외교원장이 된 김준형 한동대 교수 등이 북한의 전략적 결단론을 설파한 대표적 인사다. 이후 남북 간 판문점·평양 정상회담이 열렸고, 미·북 간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 대신 제재 완화에 집중했고, 지난해 말엔 이마저도 거부한 채 새로운 길이란 이름의 핵 고수를 천명하고 나섰다. 애초부터 북한은 전략적 결단 없이 대화에 나선 것이 분명하지만,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 포기 불가’ 입장을 밝힌 만큼 문 정부도 희망적 사고에 따른 대북 오판을 인정하고 현실에 입각한 대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전제하에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미국에도 싱가포르 합의 무효화를 권고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핵 굳히기로 선회한 만큼 문 정부도 비핵화 협상 촉진 차원에서 중단했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대북 억지력 제고에 총력 집중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 역량의 단기적 폐기가 어려워진 만큼 동맹 차원의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남북한의 전략무기 불균형부터 시정해야 한다. 셋째, 북핵 폐기를 관철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압박 공조를 강화하되 남북대화는 북한 주민 인권 및 인도적 문제 해결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리준평의 말처럼 북한은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17년째 노동자 착취가 만연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규정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은 아태 지역에서 가장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가 북한이라고 밝혔다. 전쟁과 내전 속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보다도 굶주린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의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북한은 조사 대상 149개국 중 기본 정보 접근권은 130위, 개인의 자유와 선택, 교육 면에선 142위, 정치 권리와 종교 자유는 149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국제 뇌물감시 민간기구인 트레이스 인터내셔널도 북한을 소말리아 다음으로 부정부패가 심한 국가로 꼽았다. 김정은은 이 같은 최악의 불량국가를 불법적인 무기 판매와 사이버 범죄 등으로 연명하면서 핵 협박을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북한에 쩔쩔매며 금강산 관광 등 남북협력을 제안한 것은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중·러의 대북 제재 완화 여론몰이에 장단 맞추며 동맹인 미국에 대해선 내 갈 길 간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식 새로운 길이 북·중·러 선회라면 이것은 북핵 폐기가 아닌 묵인의 길이다. 북핵 폐기를 위해선 국제사회와의 강고한 연대를 통해 김정은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지 않는 한, 제재와 압박은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유일한 평화적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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