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률 목표 달성했지만… 불황공포에 허리띠 죄는 샤오캉

- 무역전쟁 속 작년 6.1%

대도시 집값·임대료 하락세
10명 중 4명 임금동결·삭감
중산층 가계‘긴축재정’돌입

중국 경제성장률이 6% 초반대에 턱걸이해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불황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0%, 내년은 5.9%로 전망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예상치가 현실화된다면, 5%대 성장에 그치는 ‘바오우(保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0∼2%대의 선진국 성장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고속성장 중인데도 2010년 10.3%에 달했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중국 내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중국 경기 호황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중산층은 벌써부터 급격한 성장률 둔화, 도심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신음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구직 전문사이트 자오핀닷컴(Zhaopin.com)이 사무직 8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당한 부채를 졌다고 답한 비율이 34.60%로 전년(21.89%) 대비 12.71%포인트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28%가 지난해 5% 미만의 임금 인상이 있었다고 답한 반면, 40%는 임금이 동결됐거나 삭감됐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60%는 올해 고용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40대 여성 사업가 앨리스 저우는 SCMP에 “지난 몇 년간 나와 동료들의 사업이 부진을 겪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다”며 “올해 우리 가족의 순자산이 줄어들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 평균 주택 가격은 2017년 4월 고점에 비해 지난해 11월 18.5%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은 중국 도시 가구 총자산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나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 가치 하락, 내수 침체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일부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덜 긴급한 소비를 줄이는 긴축에 들어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2576만9000대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산층이 교육비 지출을 줄이면서 영어·유아교육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꺼운 절대적 빈곤층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약속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중산층) 사회 도래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가난으로 인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다가 지난 13일 사망한 여대생 우화옌(24) 씨의 사연은 중국 안팎에서 극심한 빈부 격차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우 씨는 아픈 동생까지 있었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은 월 300위안(약 5만 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씨가 살던 구이저우(貴州)성에만 절대 빈곤층이 15만 명에 이른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